Page 48 - 고경 - 2016년 5월호 Vol.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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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보이듯, 아뢰야식은 미세한                           (妄心)이므로, 이것만 가지고는 부처님이 깨달은 불생불멸의

                                    잠재의식이지만 그것은 늘 인                            세계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비판하였다. 이들의 논의는
                                    연조건의 화합을 통해 유지되                            서로 평행선을 그리며 진행되고 있었으므로, 이 두 학파의 주
                                    는 생멸 (生滅)의 존재이다. 이                         장만으로는 만법의 근원에 대해 보다 원만하게 설명하는 것
                                    런 측면에 주목하여 천태 대                            이 쉽지 않았다.
                                    사는 섭론학파의 근원인 아뢰

                                    야식을 허망한 마음, 즉 망심                             ● 진(眞)과 망(妄)의 화합
                                    (妄心)으로 간주했다. 물론 유                            천태 대사는 이 두 학파의 주장을 모두 비판하면서 자신의
                                    식학파에서는 이 세계의 모든                            독자적인 이론을 수립하였다. 다만 이 글에서는 천태 대사의
           천태지의 대사
                                    현상이 발생하는 토대로서 아                            방식과 다르게 진 (眞)과 망(妄)을 화합시켜 두 학파의 이론이
         뢰야식을 언급하긴 했지만, 그것의 허망한 성격을 전환시키는                                      지닌 난점을 풀고자 했던 하나의 방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앞
         전의 (轉依) 역시 말하고 있다. 따라서 그것을 무조건 허망한                                    서 보았듯이 지론학파의 진심 (眞心)과 섭론학파의 망심(妄心)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일단 그것이                                     은 둘 중 하나만 가지고는 이 세계의 만법의 근원으로 삼기
         생멸한다는 점에 따라 망심 (妄心)으로 간주해볼 수 있다.                                      에 부족한 측면이 발견되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불생불멸

           이 두 학파는 이론적 측면에서 서로 대립하고 있었으며, 각                                    의 진심을 근원으로 삼으면서도 동시에 이 현상 세계의 생멸
         각 상대방의 이론이 지닌 문제점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였                                       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구상하여 이런 난점을 풀어가고자

         다. 먼저 섭론학파의 입장에서 보자면, 지론학파의 진심 (眞心)                                   하였다.
         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즉 진심이 만법의                                       6세기에 이런 구상을 남겼던 이들의 가장 핵심적인 전략이
         근원이라면 ‘우리가 경험하는 이 현실 세계의 불완전성, 미망                                     바로 10세기의 『종경록』과 11세기의 『명추회요』에 그대로 나
         (迷妄), 선하지 않음 등이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타난다. 『명추회요』 143쪽의 인용문을 살펴보자.
         었다. 부처님이 증득한 깨달음의 세계는 불생불멸 (不生不滅)
         의 상태이다. 그 세계에는 더 이상 생멸(生滅)이 존재하지 않                                        그러므로 오직 진 (眞)만으로 성립되지 않고, 망(妄) 단독

         으므로, 현실 세계의 생멸을 설명할 수 없다는 말이다. 다음                                         으로도 성립되지 않는다. 진 (眞)만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으로 지론학파에서는, 섭론학파의 아뢰야식은 생멸하는 망심                                           는 것은 불과(佛果)가 무생(無生)이기 때문이고, 망(妄)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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