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고경 - 2016년 5월호 Vol.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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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되는 소리든 안 되는 소리든, 일단 떠들어놓고 봐야 기회와
제48칙 변수가 생긴다. 결국 한편으론 말하려는 순간의 마음은 일정
유마경의 불이(摩經不二, 마경불이) 하게 병들어 있다는 것이다. 곧 말할 필요가 없는 삶이 가장
안정적인 삶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안타까워 보이겠지만,
유마가 문수 보살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불이(不二)의 제일 행복한 사람이다. 유마는 침묵으로써, 임재 (臨在)했다.
경지에 드는 것입니까?” 문수가 답했다. “내가 생각하기
로는 모든 법에 대하여 말로 정의할 수 없고 말할 수도 ●
없으며 남에게 보일 수도 없고 자기가 알 수도 없어서 모 제49칙
든 문답을 여읜 것이라 여깁니다.” 문수가 도리어 물었다. 동산이 진영에 공양하다(洞山供眞, 동산공진)
“우리들은 제각기 말을 다 했는데 당신은 불이의 경지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유마는 잠자코 있었다. 동산양개(洞山良价, 807~869)가 운암담성(雲巖曇晟, 782~
841)의 진영(眞影)에 공양을 올리려는데 어떤 승려가 물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되고, 진실을 나누면 진영이 된다. 두 었다. “운암이 이르기를 ‘다만 그것일 뿐이다(祗這是, 지저
개의 진실 사이에서 사람들은 싸우다가 때론 달래다가, 각자 시)’ 하셨다는데 그 뜻이 무엇입니까?” 동산이 말했다. “하
의 몫을 알아서 챙겨간다. 무턱대고 타박하긴 어렵다. 식구들 마터면 내가 스승의 말을 잘못 알아들을 뻔했다.” 승려가
이 자기만 쳐다보고 있으니, 그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모 다시 물었다. “그러면 운암은 알고 게셨을까요?” 동산이
든 가장(家長)은 사기꾼이다. 일렀다. “만일 알지 못했다면 어찌 그렇게 말할 줄을 알았
반면 사정이 이러하기에 유마의 깨달음은 더욱 눈부시다. 으며, 만일 알지 못했다면 어찌 그렇게 말했겠는가.”
결혼하고 새끼 낳고 사교육 시켰을 재가자의 실존적 한계를
극복한 결실이니까. 사실 그가 지혜의 화신이라는 문수 보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산은 가루가 되어도 물이 되지
살을 제압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진리는 말할 수 없 못하며, 물은 얼음이 되어도 얼마 못 간다. 개는 개이고 새는
다”니, 말하지 않은 것뿐이다. 밥 타령으론 배부를 수 없다. 새다. 개가 개임을 괴로워하고 새가 개를 따라하려 하니, 세
무언가를 갖고 싶을 때, 피하고 싶을 때, 요구하려 할 때, 상은 개새들의 세상이 된다.
변명하려 할 때, 이겨야할 때, 살아야할 때, 우리는 말을 한다. 지저시. 삶이란 그저 그것일 뿐이다. 자족하지 못하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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