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고경 - 2016년 6월호 Vol.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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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쌍차쌍조(雙遮雙照)’의 원리를 제시한다. 쌍차쌍조는 여  무수한 존재들과의 관계에 의해 생성되고 존재한다. 따라서

 러 종파에서 중도를 설명하는 논리로 사용했다. 하지만 종횡  모든 존재는 ‘있는 것 (有)’ 같지만 본성을 따져보면 실체가 없
 무진으로 쌍차쌍조를 활용하며 중도를 설명한 것은 천태 대  음으로 ‘있음이 아님 [非有]’ 즉 본체가 텅 비어 있는 ‘공(空)’이
 사가 최고라는 것이 성철 스님의 평가다.  다. 이로써 유는 실체가 없는 것으로 부정된다.
 쌍차쌍조의 문자적 의미는 ‘양변을 모두 막고, 양변을 모두   그렇다면 세상에는 텅 빈 공만 있는 것일까? 비록 인연 따
 비춘다.’는 뜻이다. 대립하고 갈등하는 양변을 다 막는 것이   라 생성되었다고 할지라도 눈앞에는 무수한 존재들이 분명

 쌍차이고, 차별하며 배제하려했던 양변을 모두 드러나게 하  히 있다. 따라서 세상은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공도 아님 [非
 는 것이 쌍조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쌍차쌍조는 중도를 달  空]’을 알 수 있다. 이로써 공도 부정된다. 결국 고정불변의 실
 성하는 방법론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마하지관』에 따  체인 유도 없고[非有], 텅 빈 공도 없다[非空]. 유도 아니고 공

 르면 쌍차쌍조란 단지 변견을 깨고, 극단을 치유하는 방법론  도 아니므로 있음과 없음이 쌍으로 부정됨으로 이를 ‘쌍차(雙
 에 머물지 않고 존재의 실상 그 자체라고 한다. 대립하고 갈  遮)’라고 한다.
 등하는 것이 사람들의 본성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존재의   그럼 유도 없고 공도 없는 것인가? 눈앞에 펼쳐진 존재는
 실상은 오히려 쌍차쌍조로 설명되는 중도에 입각해 있다는   분명히 있음으로 유는 있다. 나아가 유의 본질을 궁구해보면
 것이다.     텅 비어 있음으로 공도 있다. 존재의 실상은 ‘공이 아님 [非空]’

          이므로 유(有)가 있고, 그 유는 실체로서 ‘유가 아님[非有]’으
 “법계는 인연에서 생겨나기 때문에[從因緣生] 체가 다시   로 공(空)도 있다. 결국 제법의 실상은 유와 공이 모두 드러나

 유가 아니니 [體復非有], 유가 아니기 때문에 공이고[非有  있는데 이를 ‘쌍조(雙照)’라고 한다. 이처럼 존재의 실상은 있
 故空], 공이 아니기 때문에 유이다[非空故有]. 공과 유를   음도 아니고 없음도 아닌 ‘비유비무(非有非無)’이면서 또한 있
 얻지 못하나[不得空有] 공과 유를 쌍조하여[雙照空有] 삼  고, 또한 없기 때문에 ‘역유역무(亦有亦無)’라는 성격을 띠고
 제가 완연하니 부처의 지견을 갖춘다.”  있다.
 - 『마하지관』   쌍차를 통해 있음과 없음을 완전히 부정하면 모든 것이 사
          라지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공과 유의 존재성이 오롯이 드러

 우리는 눈앞에 펼쳐져 있는 존재를 보고 ‘유(有)’, 즉 있다고   나는 쌍조가 된다. 이처럼 모든 존재는 있음과 없음이 쌍차쌍
 생각한다. 하지만 그 모든 존재는 스스로 있는 것이 아니라   조의 관계에 있고, 이런 안목으로 세상을 보면 부처님의 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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