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고경 - 2016년 6월호 Vol. 38
P. 44
한편 『종경록』 100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 의미 다. ‘만약 모든 것이 하나의 마음이라면 어째서 불교의 논사
상 흐름을 이루는 보다 세부적인 결들이 있음을 볼 수 있다. 들은 다양한 국토를 설하고 또 그 속에 살고 있는 다양한 몸
그것은 바로 ‘질문-대답-인증’의 구조이다. 즉 『종경록』은 마 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가?’
음과 관련된 하나의 질문으로 시작되어 그에 대한 대답이 이 이 질문은 언뜻 어려운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들이 흔히 접
어진 뒤, 불경과 선어록에서 그 대답을 증명할 수 있는 말씀 하는 법신 (法身)・보신(報身)・화신(化身)의 삼신(三身)이나 ‘청정
을 인용하는 것이 하나의 의미상의 구성단위가 되고, 이런 작 법신 비로자나불’, ‘원만보신 노사나불’, ‘천백억화신 석가모니
은 단위들이 총 300여 가지 정도 모여서 『종경록』이라는 큰 불’ 등의 친숙한 문구를 떠올려 보면 그다지 낯설게 느껴지지
책을 이루는 것이다. 그런데 『명추회요』에는 ‘질문-대답’을 생 않을 것이다. 156쪽부터 157쪽까지 이어지는 『명추회요』의
략한 채 ‘인증’ 부분만 길게 인용되는 곳이 종종 눈에 보이므 단락은 바로 이러한 부처님의 몸과 국토에 대한 의문을 마음
로, 그 인용의 맥락을 찾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다행히 의 관점에서 풀어주는 내용이다.
156쪽의 각주 186)을 보면 ‘법성신과 법성토’와 관련하여 청
량국사 징관 스님의 『청량소』가 인용되는 맥락을 다음과 같 ● 일수사견(一水四見)과 유심정토(唯心淨土)
이 친절하게 밝혀두고 있다. 몸과 국토에 대해서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먼저 이 세
계를 살아가는 주체를 ‘몸’이라고 하고, 그 몸이 놓여 있는 환
『종경록』 권21에 따르면, 『청량소』를 인용한 맥락은 “모 경을 ‘국토’라고 한다. 특히 부처님의 경우 각각의 몸에 대응
든 것이 일심이라면 별도의 의보와 정보가 없을 것인데, 하여 서로 다른 국토가 현현하는데, 가령 화신으로 출현한
어째서 교학에서는 정보인 신 (身)과 의보인 토(土)에 대해 석가모니 부처님은 보통의 중생들과 동일한 예토(穢土)에서
자세히 설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이다. 생활하셨지만, 아미타불과 같은 보신의 부처님은 온갖 청정
한 것들로 이루어진 정토(淨土)에 안주하고 계신다는 것이다.
『종경록』의 저자인 영명연수 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포 이처럼 불경에는 부처님의 몸과 국토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
함한 이 세계의 모든 것이 다 ‘마음’을 근본으로 삼는다는 점 로 사유하고 있다.
을 어떤 불교도보다 더 강조하는 분이다. 스님께서 하도 마음 그렇다면 이런 다양한 몸과 국토는 우리의 마음과 어떤 관
을 강조하다 보니, 대중들 역시 마음에 대해 여러 가지 궁금 련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연수 스님은 불경에서 설하
함을 가지게 되었는데, 위에 인용된 내용도 그 중 한 가지이 는 다양한 몸과 국토는 우리의 마음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
42 고경 2016. 06.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