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고경 - 2016년 6월호 Vol.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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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를 동시에 해체할 때 비로소 대립과 갈등은 사라지고 『명추회요』, 그 숲을 걷다 ● 글 _ 박인석
화해와 공존의 길이 열린다.
쌍민, 쌍비, 쌍지, 쌍차는 나와 너를 차별하며 서로를 배제
하는 인식을 동시에 부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서로의 긍 마음에서 펼쳐지는
정성을 발현하는 상호주의적 방식이다. 성철 스님은 “철저하
게 부정하면 대긍정이 나타난다.”고 했다. 구름이 걷히면 태 다양한 몸과 국토
양이 밝게 빛나듯 왜곡된 인식과 행위를 제거하면 긍정이 드
러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중도의 원리는 쌍차, 즉 부정을 위
한 부정에만 머물지 않는다. 철저하게 양측을 부정할 때 완
전한 긍정이 드러난다는 것이 쌍차쌍조로 실현하는 중도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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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읽어가는 『명추회요(冥樞會要)』는
제목 그대로 ‘그윽한 지도리에 대한 핵심을 모은 글’이다. 문을
여닫는 데 가장 핵심적인 것이 지도리인 것처럼, 이는 이 세상
의 온갖 것들을 이해하는 데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이 바로 ‘마
음’이라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해준다. 『명추회요』는 100권
이나 되는 『종경록』을 대략 10분의 1 분량으로 줄여서 마음
과 관련된 내용을 보다 압축적으로 접하게 해주지만, 어떤 부
분에서는 앞뒤로 생략된 내용 때문에 내용 파악에 곤란을 겪
게 만들기도 한다. 이럴 때는 다소 번거롭더라도 원본인 『종경
록』으로 다시 찾아들어가서 전후의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도
서재영 ●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선의 생태철학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연구교수, 조계종 불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불교신문 논설위원 등을 움이 된다. 이런 사례는 『명추회요』 21권-7판에 나오는 ‘법성
거쳐 현재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저서로 『선의 생태철학』 등이 있으며 포교 사
이트 www.buruna.org를 운영하고 있다. 신과 법성토’ (156쪽)라는 문단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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