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고경 - 2016년 8월호 Vol.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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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토론자로 나온 스님들은, 문제는 깊이 인식하나 시간을 가
지고 차근차근 준비하자는 쪽이었다. 제도를 바꾸는 일은 신
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포교연구실장인 원철 스님
은 걸식하는 제도에서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말라’
는 청규가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백장 스님의
깊은 고민이 있었다면서, 졸속으로 대책을 세워서는 안 된다
는 점을 강조했다.
연찬회를 보면서 좀 아쉬웠던 점이 있다. 스님들이 발표자
가 되어 이 문제의 원인을 진단했으면 몸소 체험한 바에서 더
솔직하고 생생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출가를 막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는, 젊은이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 그들이 앞날의 주역이므로 사소한 이
야기라도 흘려듣지 말고 잘 새겨서 정책에 반영하도록 고민
해야 할 것이다.
젊은 날에 나는 신심이 부족해서 출가하지 못했다. 옛일을
상기해 보니 봉선사 불경서당에서 경전을 배우던 시절에 선
배로부터 출가를 권유받은 적이 있었다. “너는 왜 출가 안하
냐? 남들은 다 했는데.”하며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스님들을
빙 둘러 가리켰고 덕분에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때 출가하지 않을 이유를 꼽아보라면, 이 얼굴에 머리까
지 깎아놓으면 재앙이다, 올빼미라서 새벽에 못 일어난다, 프
라이팬 닦기 겁나서 달걀 프라이도 못해 먹는데 행자생활을
어떻게 견디나, 층층시하 절 시집살이는 또 어떻고 등등 지질
한 이유가 백 가지는 되었을 것이다. 한마디로 신심이 부족해
서인데, 이 한마디로 진단하고 흘려버리는 것은 출가자 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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