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고경 - 2016년 8월호 Vol.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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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나 내가 증오하든 말든 그는 변하
                                      지 않는다. 상대의 행위가 아니라 내
                                      가 화낸 만큼이 괴로움의 크기다.

                                      나를 낮추면 화도 줄어든다. 실제로
                                      경험했다. 진정으로 상선약수(上善若
                                      水)라면, 도인은 천인(賤人)이다. 깨
                                      달음을 권력으로 여기는 이들이 적

                                      지 않다. 그러나 내가 물러난 자리만
                이 평화롭다. 삶이 미움이라면 도(道)는 미음이다.


                  ●

                  제59칙
                  청림의 죽은 뱀(靑林死蛇, 청림사사)


                    어떤 승려가 청림사건(靑林師虔)에게 물었다.

                    “지름길로 질러서 가려는 학인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
                    까?”
                    “죽은 뱀이 길에 있으니, 그대는 맞서지 말길 바란다.”
                    “맞서면 어떻게 됩니까?”

                    “죽는다.”
                    “맞서지 않으면요?”
                    “그래도 피할 곳은 없다.”
                    “암튼 그럴 때를 당하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도망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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