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 - 고경 - 2016년 9월호 Vol.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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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별어                     ●   글 _ 원철 스님                                                           고 있었다. 관광단지 가까운

                                                                                                          지점에 온천물에 계란과 옥수
                                                                                                          수 삶는 것을 쇼윈도처럼 보
         죄를 덜기 위해                                                                                         여주며 손님을 부른다.

                                                                                                            계란 삶는 것은 다른 온천
         온천수를 만들다                                                                                         에서도 더러 볼 수 있는 흔한

                                                                                                          광경이었지만 옥수수를 삶는
                                                                                                          것은 처음 보았다. 옥수수가
                                                                                                          많이 나는 만주지방에 살고

                                                                                 덕산 온천 지구유 비              있는 주민다운 발상이다. 고
                     ● 온천물에 옥수수를 삶다                                                                       온을 자랑하는 노천 열탕 속
                     가장 인상 깊었던 온천나들이는 백두산이었                                    에서 노란 옥수수 빛깔이 먹음직스러워 몇 개 샀다. 한 개 먹
         다. 장백 (長白) 폭포 가는 길에 계곡의 수증기 속에서 한 사람                                  기를 마칠 즈음 온천장이 나타났다. 그야말로 시골 동네 목
         이 작업복 차림으로 『서유기』의 저팔계가 사용했음직한 쇠스                                      욕탕이다. “시설은 별로지만 온도와 수질만큼은 정말 좋다.”

         랑을 손에 쥐고서 뭔가 열심히 바닥을 고르고 있다. 잊을만                                      는 여행가이드의 입에 발린 찬사 뒤에는 ‘한 시간 후에 시간
         하면 백두산 용암분출설이 언론을 주기적으로 장식하는지라                                        맞춰 꼭 나오라’는 당부가 이어졌다. 온천탕에서 백두산 정기
         “마그마 연구 자료를 채집하고 있나보다.”하며 대수롭지 않게                                     를 온몸으로 흡입했다.

         여기고 그냥 지나쳤다. 폭포관광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그
         앞을 또 지나간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내려올 때 보                                     ● 그곳에 가면 지구유(地球乳)가 있다
         았네!”라는 시처럼 내려가는 길은 아무래도 마음에 여유가                                         마그마 비슷한 것은 일본 큐슈 벳뿌(別府) 온천에서 만났
         있기 마련이다.                                                              다. 진흙이 발밑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었고 짙은 수증기와 함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서 수증기 아래를 자세히 살펴도 마                                      께 유황냄새가 진동했다. ‘00지옥’이라는 안내 표지판이 현장

         그마의 붉은 빛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뜨거운 물뿐이                                     감을 더해준다. 하지만 현대인에게 지옥천은 두려움의 대상
         었다. 알고 보니 인부들은 노천으로 흐르는 온천물을 관리하                                      이 아니라 한갓 관광 상품일 뿐이다. ‘유노하나(湯の花)’ 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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