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 - 고경 - 2016년 9월호 Vol.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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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법은 ‘중요무형민속문화재’임을 알리는 팻말이 입구에 떡하  지 못할 것 같다. 이재 (理財)에 밝은 아라비아 상인도 생수로

 니 서있다. 온천가스를 짚으로 만든 삼각형의 공간 속에 가  팔려면 효과적으로 식힐 수 있는 추가공정까지 고민할 터이
 둔 후 식히면서 짚에 서려있는 결정체를 모으는 유황채취 기  다. 어쨌거나 자연수가 뜨겁게 용출된다는 것은 비정상적인
 술이었다. 3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것을 상품화한 입욕  일이다.
 제를 사용한다면 어느 장소이건 어떤 물이건 유황온천이 된  『보림전』 권6에는 서진 (西晉) 11대왕 무제(武帝)가 궁궐 안
 다는 논리였다.    샘에서 뜨거운 물이 흐르는 것을 걱정하는 대목이 나온다.

 한반도는 지진과 화산이 드문 탓에 온천이 귀하다. 온천이  그 무렵 바사사다(波舍斯多) 존자가 왕을 만났다. 대화의 내
 란 명칭은 전국에서 볼 수 있지만 모두가 별다른 개성 없이   용은 바로 뜨거운 물에 관한 것이다. 궐내 식구들이 목욕하
 고만고만하다. 예산 수덕사 가는 길에 들렀던 덕산 온천에서   고 씻을 만큼 충분한 양이었다. 그 연유를 물으니 존자는 ‘채

 1947년에 만들었다는 ‘지구유(地球乳)’ 비석을 만났다. 오래  탕(債湯)’이라고 답했다. 귀업(鬼業)을 속죄하기 위해 용출된
 된 ‘산불조심’ 글씨체였다. 지구체 내에서 자연 용출되는 온천  온천이라는 것이다. 귀업 (鬼業)이란 인간이 지을 수 있는 모
 수는 약수가 되기에 이를 ‘지구유’라 부른다는 설명은 ‘유(乳)’  든 죄를 한꺼번에 지은 최고 악업 (惡業)을 말한다. 진단 후에
 에 대한 해설치고는 별로 성의가 없다. 주석삼아 달아놓은 새   는 반드시 처방이 있어야 한다. 존자는 향을 피우고 지극정성
 안내판은 ‘지구체내에서 자연적으로 분출되는 온천수는 어머  으로 ‘죄업소멸’을 기도했다. 얼마 후 샘 주변에서 길이가 1장

 니의 젖과 같은 효과를 지녔다고 해서 지구유라고 부른다’는   (丈)인 뱀이 나타나더니 감사의 인사를 올린 후 사라졌다. 자
 설명도 옹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온천광고야 본래 과장법이 심  기가 지은 빚을 갚기 위한 방편으로 약탕을 만든 것이다.
 하긴 하지만 지역온천을 지구의 대표온천이라고 이름 붙였다.
              “7일 후에 이 탕은 저절로 식을 것입니다(此湯却後七日
 확인할 수는 없지만 500여 년 전 학이 아픈 몸을 치료했다는
            常自不熱).”
 그 시절에는 분출되던 온천물이 우유빛이었나 보다.
            하지만 오뉴월 곁불도 쬐다가 없어지면 섭섭한 법이다.
 ● 온천수는 참회의 대가였다
          원철 스님  ●          조계종 포교연구실장이며 해인사 승가대학장과 조계종 불학연구소장
 만약 뜨거운 사막 한복판에서 끓는 물이 분출된다면 제대  을 역임했다. 해인사, 은해사, 실상사, 법주사, 동국대 등에서 경전과 선어록의 연구·번역·강
 로 된 오아시스 대접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야자나무도 지  의로 고전의 현대화에 일조하면서, 일간지 등 여러 매체에 전문성과 대중성을 갖춘 글로서
          주변과 소통하고 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않다』외에 몇 권의 산문집과 번역
 면온도가 맞지 않아 시원한 그늘을 만들만큼 무성하게 자라  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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