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고경 - 2016년 9월호 Vol.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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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罪業過須彌(미천죄업과수미)라 活陷阿鼻恨萬端(활함아비한
 만단)이여 一輪吐紅掛碧山(일륜토홍쾌벽산)이로다 - 일생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을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
 친다. 산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져서 그 한이 만 갈래나 되는지
 라 둥근 한 수레바퀴 붉음을 내뿜으며 푸른 산에 걸렸도다’
 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불성 (佛性)을 가진 부처임에도 모

 든 중생을 부처로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평생의 서원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당신의
 뜻과 바람대로 중생들을 부처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그 죄

 가 수미산을 넘친다고 한 것이죠. 큰스님의 열정이 느껴지는
 열반송이었습니다.”    앞쪽은 고암 스님 부도탑과 탑비이고 뒤쪽은 용성 스님 사리탑과 탑비이다.
 중천 스님은 자운, 성철 스님뿐만 아니라 다른 어른들을 모
 시면서 느꼈던 것들을 가감 없이 전하기도 했다.      했어요. 소임자 중에 어떤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합니까? 이런
 기라성 같은 어른들에게 배워서일까? 중천 스님은 후학들  스님이 진정한 수행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요즘 스님들은 특권의식이 너무 강합니다. 스스로 대단한
 “구산 큰스님이 송광사 조실로 계실 때 효봉 노스님 사리  사람인 것처럼 행동해요. 스님은 수행자이지 특권층이 아니
 탑 제막식이 있어 고암 큰스님을 모시고 참석했습니다. 마침   에요. 수행자는 수행자답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해제했다

 그날 주지스님이 새로 취임하셨습니다. 그 스님은 대중들에  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보다 다시 한 번 스스로를 점검하는
 게 ‘취임인사’를 했습니다.   시간을 갖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는 주지는커녕 원주도 못할 사람입니다. 저 같은 사람이   중천 스님은 당신을 드러내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나 ‘해야
 주지를 맡아 송광사의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할 말씀’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중천 스님 같은 어른이 있기
 정성껏 대중들을 모시겠습니다.’  에 총림 (叢林)의 역사는 계속 살아 숨 쉴 것이라는 생각을 하

 짧았지만 그런 감동적인 취임사를 들은 적이 없습니다. 소  며 다시 다리를 건넜다. 짧았지만 극락교를 건너 중천 스님을
 임자로서 하심 (下心)하는 마음가짐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  만났던 시간이 바로 극락(極樂)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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