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고경 - 2016년 9월호 Vol.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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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한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 이런 견성을 말하는 분들이 더러 면 우리 종단에도 부처님이 많이 나와서 혼돈과 갈등을 능
보입니다. 이것은 아주 심각한 병폐입니다. 히 해결해 나갈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을 보면 실제 그
성철 스님이 고불고조의 깨달음이 ‘오매일여’를 투과한 것 것이 깨달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연기 무아를
이라 주장한 것도 다 이런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 분명한 기준 잘 이해하는 수준으로는 안 됩니다. 내가 있고, 내가 이해할
을 세운 것입니다. 실제 이 병은 뿌리가 깊습니다. 화두 참선 연기, 무아가 있다면 주관과 객관이 벌어져 있으니 주객합일
하다 보면 뭔가 신비한 경계를 체험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 인 깨달음이라 할 수 없습니다. 마음으로 깨쳐 증득해야 합니
다. 이때 바른 선지식을 찾아가 공부를 점검 받아야 하는데, 다. 중도연기, 무아 공을 깨쳐 하나가 되어 영원히 그런 삶을
혼자 하니 그 신비한 경계에 빠져 뭘 보았다고 그것을 견성이 살게 될 때 비로소 깨친 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냥 분별심,
라 착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도 견성했다 알음알이로 중도연기를 이해한 걸로는 생로병사를 해탈할 수
고 깨쳤다고 큰소리치는 이들이 간혹 보이는데 들어 보면 깨 가 없습니다.
달음 근처도 못간 안목들인데, 아집에 빠져 어떻게 할 수가 혜능 스님은 『육조단경』에서 견성 (見性)을 이렇게 말씀하셨
없습니다. 그런 착각 도인에도 따르는 이가 생기고 인터넷에 습니다.
다 동영상도 만들어 올리고 책도 만들어 돌리니 점점 더 대
“마음을 알아 성품을 보면[識心見性] 스스로 불도를 이
중이 현혹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루나니 즉시 활연히 깨쳐 본래 마음에 돌아간다.”
그래서 중도연기에 바른 안목을 세우고 수행하라고 하는 것
입니다. 중도 정견이 선 사람은 그런 착각 도인에 대하여 바 마음을 알아 견성하면 불도를 이룬다 하니 성불(成佛)이란
른 안목으로 판별해 낼 수 있습니다. 말입니다. 마음을 알아 견성함은 중도연기, 무아를 알아 견성
또 이와 비슷한 오해가 ‘연기, 무아를 잘 아는 것이 깨달 함이 곧 성불입니다. 성불, 즉 부처된다 함은 확철대오하여 본
음’이라는 주장입니다. 부처님이 깨친 것이 연기, 무아인 것 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본래성불, 부처로 돌아감을 말
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죠. 그런데, 이 연기, 무아를 이해하 합니다. 육조스님도 견성을 확철대오라 하였습니다.
는 것과 깨달아 증득하는 것은 구분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 화두 참선에서는 화두타파가 확철대오이고 곧 견성성불입
해를 깨달음이라 한다면, 내가 연기, 무아를 잘 알게 되면 깨 니다.
달음이라는 말인데, 이 기준으로 깨달음을 본다면 우리 주변
에 깨친 부처님이 엄청나게 많겠지요. 그런데, 어째서 불교계 박희승(중효) ● 성철선사상연구원 연구실장, 봉암사 세계명상마을사업단장, 동국
대 평생교육원과 불교인재원, 겁외사에서 “생활참선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선
가 이렇게 혼란스러운가요? 연기 무아를 이해해서 부처된다 지식에 길을 묻다』와 『고우스님 육조단경 강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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