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고경 - 2016년 9월호 Vol.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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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 스님의 화두 참선 이야기         ●   정리 _ 박희승                                 힘껏 밀어붙이는 것을 “백척간두 진일보” 또는 “은산철벽 투

                                                                               과”라고 표현합니다. 우리나라 스님으로 화두 참선으로 깨쳐
                                                                               중국에까지 가서 인가를 받아 온 태고 스님이나 나옹 스님의
         깨달음,                                                                  어록에 보면, 자나 깨나 화두삼매가 지속되는 것이 3일 내지

                                                                               7일이면 깨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오매일여 상
         견성에 대하여                                                               태에서도 화두를 밀어붙이면 마침내 화두 의심이 타파되어
                                                                               확철대오(廓徹大悟)하게 됩니다. 간화선을 정립한 대혜 스님
                                                                               은 『서장』에서 확철대오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확철대오(廓徹大悟)하면 가슴속 밝음이 백, 천 개 해와
                                                                                  달 같아 시방세계를 한 생각으로 밝게 통달하되 한 털끝만
                     ● 화두타파 확철대오해야 깨달음
                                                                                  큼도 분별심이 없으니 비로소 구경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화두 참선에서 깨달음은 화두가 타파될 때 이
                                                                                  과연 능히 이와 같으면 어찌 단지 생사의 길 위에서만 힘을
         루어집니다. 우리가 화두 참선을 시작해서 생소하던 화두가
                                                                                  얻겠습니까? 다른 날에 다시 권력을 잡아 임금을 요순의
         익숙해지고 익숙했던 분별망상이 낯설어지면 공부에 진전이
                                                                                  지위에 올리기를 손바닥 가리키는 것과 같이 할 것입니다.”
         있게 됩니다. 그러다 안거나 집중 수련 기간에 화두에 몰입하

         면 화두 삼매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나와 화두가 하나 되어                                       대혜 스님은 마치 하늘에 해와 달이 백, 천 개가 떠있는 것
         화두 일념이 5분 이상 끊어지지 않고 지속되면 삼매에 들어                                      처럼 마음이 환히 밝아져 분별심이 완전히 사라져 깨친다는
         갑니다.                                                                  겁니다. 화두가 타파되면 천 가지 만 가지 의심이 한 번에 타
           화두 의심이 지속되는 삼매가 점점 깊어지면 선방에 앉아                                      파되고 일체 분별망상도 사라져 하늘에 백 개나 천 개의 태
         있을 때나 화장실이나 식당을 오고 가고 해도 화두 일념이                                       양과 달이 온 천하를 밝히듯이 마음이 그렇게 밝아집니다.
         끊어지지 않는 동정일여를 체험할 수 있고, 또, 꿈속에서도                                      깨치면 생로병사를 해탈하여 부처가 됩니다. 아니, 본래 부처
         지속되고[몽중일여], 자나깨나 화두 삼매가 지속되면[오매일                                      로 돌아갑니다. 우리는 본래부터 무한한 지혜와 능력을 가진

         여], 깨달음이 가까워진 것입니다.                                                   부처인데, 분별망상에 가려져 중생이라 착각하며 살아왔을
           어쨌든 자나 깨나 화두 의심이 지속되는 오매일여 경지에                                      뿐입니다. 그래서 화두를 통해 분별망상을 타파하면 착각을
         이르러도 아직 깨친 게 아닙니다. 이때에도 화두를 놓지 말고                                     단박에 깨쳐 부처로 돌아가는 겁니다. 대혜 스님은 조정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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