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고경 - 2016년 9월호 Vol.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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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법문 다시 보기 ● 글 _ 서재영 면 사람 사는 세상에 갈등이 생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
이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쉴 틈 없이 발생하는 갈등과 대립
을 관리하고 조율하는가이다.
대개의 경우 갈등은 나와 상대의 견해와 주장이 서로 다
원교사문, 갈등을 바라보는 른 데서 촉발된다. 따라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기중
심의 관점에서 벗어나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역지사지
네 가지 시선 (易地思之)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역지사지의 태도만으
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은 옳고 그름, 나와 남
이라는 두 가지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설사 상
대의 입장을 수용한다 할지라도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또
다른 갈등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 갈등사회와 사구비판 불교적 관점에서 볼 때 갈등을 근원적으로 해소하는 길은
한반도에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정부와 시민단 모든 차별과 변견이 사라진 중도(中道)를 성취하는 것이다. 그
체 간에 찬반이 팽팽하다.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하기 럼 어떻게 중도를 성취할 수 있을까? 천태 대사는 원교사문
위해 반드시 배치해야 한다며 성주를 예정부지로 발표했다. (圓敎四門)을 통해 중도의 세계를 설명한다. 원교사문에는 중
반면 지역사회와 시민단체는 사드 배치는 군비경쟁을 촉발하 도를 설명하는 천태의 독창적 교학이 담겨 있지만 논리적 형
고 한반도를 군사적 표적으로 만들 위험이 있다며 반대한다. 식은 사구분별 (四句分別)을 차용한 것이다.
이 사안은 어떤 형태로든 합의점을 찾겠지만 문제는 이와 같 예를 들어 여기에 한 알의 사과가 ‘있다(有)’고 했을 때 네
은 갈등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것이 사바세계라는 것이다. 특 가지 측면에서 그것의 진실성을 파고드는 것이 사구분별이
히 우리나라는 사회갈등요인지수가 OECD 34개국 중 4번째 다. 제1구는 사과가 있다는 ‘유(有)’에 대한 정립이다. 배나 수
로 높은 반면 갈등관리 능력을 나타내는 사회갈등관리지수 박과 구별되고, 독특한 맛과 색깔이 있음으로 사과가 있다는
는 27위로 꼴지에 가깝다. 명제는 긍정된다. 하지만 사과가 있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물론 갈등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다양한 주의와 주 사과의 본질은 실체가 없는 ‘공(空)’이다. 여기서 사과의 있음
장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 민주사회이고, 여러 주장을 조율하 을 부정하는 제2구가 등장한다. 한 알의 사과는 대지를 적셔
고 통합하는 것이 민주정치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 준 봄 비 때문에 싹이 돋고, 토양 속의 자양분 때문에 성장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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