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고경 - 2016년 9월호 Vol.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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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도 아니다. 번뇌와 보리, 세간과 법계라는 두 명제를 모두   따라서 이 단계에서는 나의 주장은 왜 옳고, 너의 주장은 왜

 부정하는 부정종합니다.  옳은지를 성찰하고, 서로의 주장이 갖는 정합성을 인정하고
 이상과 같은 원교사문은 중도의 실상을 설명하는 심오한   받아들이는 것이다.
 교리체계이고, 그것은 대립과 갈등을 초월하여 원융무애한   넷째, 비유비공은 모두를 부정하는 것이다. 나의 주장도 틀
 중도의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형식은 서로 다른   렸지만 너의 주장도 틀렸음을 인정하는 상호부정이다. 자기
 견해로 대립하고 갈등하는 개인과 사회의 갈등을 푸는 데 유  주장의 허점을 알고 굽힐 줄도 알아야 하지만, 상대방의 주
 용한 틀로 활용할 수 있다.  장에 담긴 허점과 오류도 걸러낼 줄 알아야 한다. 상대가 나
 첫째, 유문은 긍정이므로 먼저 나를 긍정하는 것이다. 다만   의 견해를 수용하지 못한다면 내 주장에 허점이 있는 것이
 맹목적 자기 긍정이 아니라 왜 나의 주장이 옳은지 성찰하고   고, 상대의 주장이 납득되지 않는다면 그 주장에도 모순이

 바른 논리와 내용을 갖추는 것이다. 화합과 공존은 아무 소  있는 법이다. 따라서 비유비공의 단계는 나와 너의 주장이 갖
 리도 하지 않는 침묵이 아니라 나 스스로 바른 견해를 가지  고 있는 허점과 모순을 인정하고 걸러내는 것이다.
 고, 그것이 실현되도록 하는 것에서 온다. 따라서 갈등을 넘  일수사견 (一水四見)이라는 말이 있다. 똑 같은 물이지만 보
 어서는 첫 번째 단계는 나 스스로 바른 견해를 갖고 올바르  는 관점에 따라 네 가지로 보인다고 했다. 견해 차이와 이로
 게 발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단한 자기 성찰과 노력  인해 발생하는 갈등도 결국은 하나의 사안을 나와 너의 방식
 이 선행되어야 한다.  만으로 보기 때문에 갈등이 생긴다. 그런 점에서 천태의 원교

 둘째, 공문은 부정이므로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상  사문은 어떤 사안을 바라보는 네 가지 관점과 단계로 이해할
 대방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의 생각이 틀렸을 수   수 있다. 그와 같은 과정을 통해 내 속에 너의 생각이 있고,
 있음을 인정하는 순간 타자의 목소리가 들리고, 그 속에 담  너 속에 나의 생각이 있는 입체적 안목을 갖게 될 때 이원화
 긴 내용의 타당함도 발견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나와 남의 견  된 대립과 갈등을 넘어 조화와 화합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해와 주장을 모두 긍정하고 받아들이는 단계이다.
 셋째, 역유역공은 모두를 긍정하는 것이다. 나의 견해와 상
 대의 주장을 곰곰이 성찰하면 나의 주장과 상대의 주장에는

 모두 일리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아집을
          서재영    ●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선의 생태철학연구’로 박사
 내려놓고 각자가 주장하는 내용을 곰곰이 성찰하면 비록 표  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연구교수, 조계종 불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불교신문 논설위원 등을
          거쳐 현재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저서로 『선의 생태철학』 등이 있으며 포교 사
 현과 방식은 다르지만 근본은 서로 다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트 www.buruna.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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