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고경 - 2016년 10월호 Vol.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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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추회요』, 그 숲을 걷다  ●  글 _ 박인석  묘사되곤 한다. 마주한 학인이 조금이라도 머뭇거리거나 우

          물쭈물하면 선사들은 벼락같은 할(喝)과 거침없는 방(棒)으
          로 학인들이 그어놓은 경계를 즉각 무너트려 버린다. 당나라
 근본종지에는   선사들이 방과 할을 사용하여 언어・문자의 매개 없이 단박
          에 학인을 경책시켜 깨우치려한 반면, 연수 선사는 언어・문

 다름이 없다   자를 곡진히 사용하여 그것을 통해 학인들로 하여금 종지에
          곧장 들어가게 하려는 데서 양자의 방식의 차이를 보인다.
            그러므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선사들과 연수 선사는 학
          인들을 제접하는 방식에 있어 상당히 다른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방과 할이 하나의 강력한 방편이
          라면, 언어・문자 역시 또 하나의 훌륭한 방편이라는 점에서
 ●        는 양자가 또한 일치하기도 한다. 방편을 활용함에 있어 언
 우리는 지금 『종경록』 100권을 십분의 일 분량  어・문자로 된 경론(經論)을 어떤 선사들보다 더 중시하였다
 으로 간추린 『명추회요』를 같이 읽는 중이다. 오늘 읽어볼 부  는 점은 연수 선사의 매우 특징적인 면모라 할 것이다.

 분이 『종경록』 42권-5판에 속한 곳이니, 분량으로 보면 『종
 경록』과 『명추회요』의 중반에 들어섰다고 하겠다. 『명추회  ● 다양함을 꿰뚫는 하나
 요』를 읽다 보면 40권 이후부터는 이전보다 더욱 복잡하고   『명추회요』에 종횡무진으로 등장하는 천태학(天台學)・화

 어려운 유식학(唯識學) 이론이 대량으로 나오고, 인명학(因明  엄학(華嚴學)・유식학(唯識學) 등의 이론을 접하다보면, 이처럼
 學)도 일부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유식학은 ‘오직 식만   다양하게 등장하는 이론들을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
 있을 뿐, 이름에 대응하는 외부 대상은 없다’는 유식무경 (唯識  지에 대해 막막함을 느낄 수도 있다. 백과사전이라면, 이들 각
 無境)의 이론을 설한 대승불교의 가르침이고, 인명학은 불교  각의 이론을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방식을 택할 테지만, 『명
 의 인식논리학을 가리킨다.  추회요』에서는 이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들 이론을 이

 그런데 우리에게 익숙한 선사(禪師)의 이미지를 돌아보면,   해하고 있다. 이에 대한 단서는 331쪽의 중간 부분에 나오는
 그들은 일체의 행위에 걸림 없고 호탕하게 대처하는 것으로   “근본종지에는 다름이 없으나 사람에 따라 다른 이름이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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