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고경 - 2016년 10월호 Vol.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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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이다.”라는 문장에서 찾을 수 있다. 을 해줄 것이다.
아마도 연수 선사는, 부처님께서 깨달은 근본종지가 둘로
【물음】 위에서 종지를 표방한 것이 정맥(正脈)과 매
나눠지지 않는 원만한 것이라는 점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우 잘 부합하였는데, 어째서 다시 언어의 표현을 인용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방편을 사용할 경우에는 다양한 사람
여 여러 도를 자세히 열어 보이는가?
들의 근기와 문제의식 등을 다 고려해야 하므로, 보다 입체적
【답함】 마명 조사는 유심(唯心)이라는 한 가지 법을
이고 종합적인 면모를 갖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던 것
표방했지만 진여문(眞如門)과 생멸문(生滅門)의 두 문을
같다. 물고기를 잡는 것은 그물의 한 코에 불과하지만 그물의
열었고, 달마 대사는 일심 (一心)을 곧장 가리켰지만 인연
한 코만을 가지고는 하나의 그물이 될 수 없듯, 언어・문자의
따라 걸림 없는 네 가지 행을 세웠다. 자세히 살펴보면 근
방편을 펼치는 데에도 사람들의 근기를 고려한 다양한 내용
본종지에는 다름이 없으나 사람에 따라 다른 이름이 있
들이 필요했을 것이다.
을 뿐이다.
연수 선사가 펼친 교학의 그물은 비록 넓고 다양하지만, 그
것의 근본 종지는 궁극적으로는 하나에 있다. 그것은 단적으 『명추회요』의 근간인 『종경록』의 구성을 보면 불교의 종지
로 말해 일심 (一心) 혹은 유심(唯心)이다. 불교의 모든 가르침 를 표방하는 표종장(標宗章)이 책의 맨 앞에 나와 있다. 그러므
은 이러한 일심에 근거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이해 정도에 따 로 선과 교의 종지는 앞부분에서 이미 제대로 다 보여줬는데,
라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 어째서 언어・문자를 동원하여 다양한 교학의 길을 계속 보여
『명추회요』를 읽을 때, 다양한 내용들의 근본이 되는 그 ‘하 주고 있는가라는 것이 위의 물음 속에 담긴 일종의 힐난이다.
나’를 염두에 둔다면, 복잡한 이론들의 갈피를 잡는 데 큰 도 이에 대해 연수 선사는 부처님의 교(敎)를 대표하는 마명
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馬鳴) 조사와 선(禪)을 대표하는 달마(達摩) 대사를 내세워
서, 이들 두 분이 근본 종지로 ‘마음’을 거론한 점은 똑같지만,
● 근본종지에는 다름이 없다 사람들을 위한 방편을 건립한 점에서는 차이가 난다고 말씀
이제 『명추회요』 331쪽에 나오는 질문과 대답을 보면서 연 하였다. 즉 마명 조사는 하나의 마음에 대해 진여문과 생멸
수 선사께서 말씀하신 하나의 근본과 다양한 방편의 관계를 문의 두 문을 연 반면, 달마 대사는 하나의 마음에 근거하여
살펴보자. 이 하나의 질문과 대답은 이후 복잡하게 나오는 이 네 가지 걸림 없는 행을 세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상적으로
론의 홍수 속에서 우리의 중심을 잡아줄 나침반과 같은 역할 드러난 두 가지 문, 혹은 네 가지 행은 차이를 보이지만,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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