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 - 고경 - 2016년 11월호 Vol.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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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지금 내 발 밑에 있는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는데 집중하자. 걸으면서 “내가 다리가 아프니 그 먼 길을 어찌 걸을 수 있겠
그러면 마침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저 꼭대기에 이를 수 있겠 으며 저 높은 경사진 길을 어찌 오를 수 있겠느냐고만 생각
지!”하고 마음으로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바꾸니 한 하고 걷기를 포기하였다면 오늘의 아드리아해의 감격은 없었
결 걸음이 가벼워지며 기운이 살아났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을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걸어 제일 높은 북쪽 전망대에 올라서니 주변의 아름다운 붉 다음날 플리트비체 국립 호수공원으로 갔으나 비를 만나
은 지붕의 주택들과 푸르디 푸른 아드리아해를 바라보는 경 실패하였습니다. 알프스의 서쪽 인구 6000명이 살고 있는 작
관은 압권이었습니다. 은 마을 블레드는 ‘율리안 알프스의 보석’이라 불리며 블레드
“힘들고 힘들다.”하고 토설하고 싶지만 꾹 참으며 걸으니 호수와 블레르 섬과 블레르 성으로 이루어져 아름다운 경관
“이제는 내리막길이니 남쪽 전망대까지 천천히 가보시지요?” 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구 유고 연방대통령 ‘티토’의 별장이
하고 상좌가 권했습니다. “포기한다.”는 말은 접고 “한 번 가 이곳에 있었다고 합니다. 블레르 성안에 있는 고인쇄소에서
보자!”하며 나섰습니다. 마지막에 가니 또 길이 갑자기 가라 수동으로 그림판을 한 장 찍어 기념으로 가져왔습니다.
파지며 다리에 힘이 빠지기 시작합니다. 멀리 보던 시선을 다 다음 날은 오스트리아의 짤쯔부르크를 방문하여 구시가
시 발밑의 한 계단 한 계단에 멈추며 마지막 계단을 오르니 광장을 둘러보았습니다. 밝은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는 5층
가려 있던 해안선이 확 트이며 드넓은 아드리아해가 한 눈에 건물이 모차르트 생가라 하였는데 그냥 지나쳐 버려서 아쉬
가득히 들어왔습니다. 이제 멈추고 내려오려 하니 “이제 한 웠습니다. 구시가지로 건너가기 전에 옆의 건물을 손으로 가
구비만 더 가시면 성벽 산책을 마칩니다. 한 번 더 힘을 내시 리키며 세계적인 지휘자였던 카라얀과의 생가라고 하였습니
지요.”하는 상좌들의 권유에 못 이기는 척하고 한 발 한 발 다. 프라하에 늦게 도착하여 저녁식사 후 그 유명한 체코의
완주를 목적으로 내딛기 시작하였습니다. 명물 천문시계가 있는 구시가 광장에 20시 직전에 도착하였
마침 동문 쪽으로 가까워지니 안마당으로 내려가라는 안 습니다. 매시간 정시에 천문시계 위쪽 사방 30cm 됨직한 창
내표지가 나타났습니다.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고 상의 문 2개가 열리면서 예수와 12사도가 차례로 지나가는 퍼포먼
옷 역시 땀으로 푹 젖었습니다. 시계를 보니 70분이 걸렸습니 스가 60초도 안 돼 끝나는데 그 광경을 보러 시간마다 수많
다. 나중에 안내 책자를 찾아보니 성벽 둘레가 2km이며 성 은 사람들이 몰려와 환호하였습니다.
벽 전체를 천천히 산책하듯 돌아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2 이번 여행을 회고해 보니 패키지여행이라 짧은 시간에 넓
시간쯤이라고 했습니다. 오늘 2km의 성벽길을 한 시간 넘게 은 지역을 다녀야 하는 제약 때문에 꼭 보고 싶은 곳을 보
8 고경 2016. 1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