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고경 - 2016년 11월호 Vol.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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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으면 부처가 되어야지 왜 아라한이냐고 물으니 부처님은 기자들이 공주까지 와서 마지막 날 파욱 스님과 제가 같이
교조(敎祖)이니 유일한 분이고 부처님 가르침으로 깨치면 그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어느 신문 기자가 제게 물었
제자인 아라한이 되는 것이라 합니다. 아라한은 우리나라 절 어요. “만약 스님 제자가 위빠사나 공부를 하고 싶다면 어떻
에 가면 나한전, 응진전에 모셔져 있는 그 나한을 말하는 것입 게 하실 건가요?” 하길래 저는 “아, 좋다. 다 같은 불교 수행
니다. 이런 점이 남방과 북방 불교 전통이 좀 다른 면입니다. 이니 열심히 하라고 할 것이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파욱
또, 남방 위빠사나에서는 중생이 깨쳐 아라한이 되는 기간 스님한테도 제자가 간화선을 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
을 삼아승기겁이라 하여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을 반복해서 더니 파욱 스님은 “나에겐 그런 제자가 없다.”고 답했어요. 그
깨달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것도 간화선의 본래부처, 돈오 대답을 듣더니 한 기자가 “게임 끝났네.”라는 말을 하더군요.
와는 입장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위빠사나와 간화선은 부처 ● 간화선의 가치
님의 깨달음에 근거하니 같은 불교 수행법입니다. 다른 면에 간화선과 위빠사나는 같은 불교 수행법인 점에서는 평등
만 집착하여 서로 차별하고 부정하면 그것은 양변에 집착하 한데, 다만, 간화선은 본래부처, 직지, 돈오라는 특색이 있습
는 것이니 정견이 아닙니다. 단지, 중생의 입장에서 닦아 가느 니다. 이것은 우리가 본래부처이고 절대적이고 무한한 지혜와
냐, 부처 입장에서 보느냐 그런 차이입니다. 복덕을 본래 다 갖추고 있으니 단박에 깨치는 돈오, 직지의
그래서 저는 간화선과 위빠사나를 이렇게 비유합니다. 만 길을 제시하는 까닭에 앞으로 세계에 명상이 늘어날수록 간
약 우리가 설악산 정상을 올라간다면 가장 빨리 정상에 도달 화선이 더 주목을 받을 것입니다.
하는 코스가 있고 좀 시간이 걸리지만 평탄한 코스가 있습 다만, 문제는 간화선 수행자들의 준비가 부족하고, 수행자
니다. 가장 빠르게 정상으로 가나 힘이 드는 길이 간화선이라 의 모델이 많지 않습니다. 이것이 문제입니다. 다행히 수좌회
한다면, 위빠사나는 좀 느리지만 힘이 덜 드는 길을 가는 것 와 봉암사가 직접 봉암사 앞에 명상마을을 세우고 프로그램
이라 비유할 수 있습니다. 설악산 정상에 이르는 것은 똑같습 도 개발하고 지도자도 양성하여 간화선을 대중화, 국제화하
니다. 어느 길이 옳고 그른 것은 없습니다. 자기 체력과 여건 겠다고 나섰으니 기대해봐야겠습니다.
에 맞춰 가면 됩니다. 다 같이 설악산, 깨달음에 이르는 길입
니다. 다툴 이유가 없습니다. 박희승(중효) ● 성철연구원 연구실장, 봉암사 문경 세계명상마을사업단장, (사)한
국명상지도자협회 이사, 동국대 평생교육원과 불교인재원에서 “성철 생활참선프로그램”을
국제연찬회가 열린 당시에는 처음 열린 것이라 일간 신문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선지식에 길을 묻다』와 『고우스님 육조단경 강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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