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고경 - 2016년 11월호 Vol.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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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법문 다시 보기  ●  글 _ 서재영  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아마도 정신없이 내달리

          는 삶에 지친 현대인들의 마음이 투영된 결과일 것이다. 우리
          들의 삶이 앞만 보고 내달리면 진짜 소중한 것을 볼 수 없다.
 질주의 삶과   모든 것들이 차창 밖의 풍광처럼 빠르게 지나가기 때문에 질
          주를 멈추어야만 진짜 소중한 것들이 보이는 법이다.

 멈춤 [止]의 지혜  이렇게 질주를 멈추고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를 성찰하고, 존재의 실상을 관조하는 것은 불교수행의 핵심
          이기도 하다. 천태학에서는 질주를 멈추고 존재의 실상을 관
          조하는 수행을 ‘지관(止觀)’이라고 한다. 지관 수행에서 핵심

          은 글자 그대로 ‘멈춤[止]’과 ‘봄[觀]’이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남방불교 수행법인 사마타가 지 (止)이고, 위빠사나가 관(觀)
 ● 질주의 삶을 멈추는 지관  에 해당한다. 이는 불교수행의 핵심이 ‘질주의 멈춤’이라는 정
 현대인의 삶은 날마다 질주하는 삶이다. 출근   (定)과 ‘실상의 관조’라는 혜(慧)에 있음을 보여준다.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은 이른 아침 현관문을 나서기 무섭게   지관의 의미를 좀 더 세심히 살펴보면 지(止)는 사마타

 정류장을 향해 달려가게 된다. 때로는 그렇게 헐레벌떡 내달  (Śamatha)의 번역으로 말 그대로 ‘멈춤’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리는 삶에 지쳐 문뜩 걸음을 멈춰보기도 한다. 하지만 수많  ‘멈춤’이란 단지 분주한 삶의 멈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멈춤
 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전철역에 이르거나 톱니바퀴  의 핵심은 ‘분주한 욕망과 번뇌의 멈춤’이다. 따라서 지는 번

 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상황을 생각하면 멈춤은 자신의 의사   뇌가 사라진 고요, 즉 선정 (禪定)과 적멸(寂滅)을 얻기 위한
 밖의 일이 되고 만다. 살아 있다는 것은 가고 싶지 않아도 가  수행이다.
 야 하고,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을 타는 것  반면 관(觀)은 위빠사나(Vipaśyanā)의 번역으로 ‘관조’ 또는
 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리 밀리고 저리   ‘관찰’을 의미한다. 존재의 이치와 근본을 바르게 관조하는 것
 치이며 날마다 정신없이 내달리며 사는 것이 현대인들의 고  이므로 지혜의 체득을 목표로 하는 수행이다. 천태학에서는

 단한 삶이다.  이와 같은 수행의 두 주제를 ‘지관’으로 통일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몇 년 전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  지자 대사는 『마하지관』에서 ‘지 (止)’에 대해서 세 가지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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