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고경 - 2016년 11월호 Vol.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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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이 또렷또렷 성성(惺惺)하게 지속되면 번뇌망념이 저절로                                        ● 간화선과 위빠사나의 만남과 소통

         사라져 성성적적 삼매가 됩니다. 마찬가지로 위빠사나도 호                                         2011년 4월에 3일 동안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간화선
         흡에 집중한다든가 어떤 대상에 집중하여 알아차리거나 깨                                        과 위빠사나 국제연찬회’가 열린 적이 있습니다. 미얀마 위빠
         어 있다는 것이 바로 성성 (惺惺)한 것이고 그러면 동시에 번뇌                                   사나 수행자인 파욱 스님과 간화선 입장에서는 제가 나가 대
         망념이 사라져 적적이 되니 성성적적 삼매가 되는 것입니다.                                      화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말했지만, 간화선과 위빠사나는
         위빠사나나 간화선은 대상이나 방법은 좀 다르지만 원리는                                        깨달음을 향한 같은 불교 수행법이고 성성적적 삼매원리도

         같습니다. 불교의 성성적적이라는 선정삼매를 완성하는 것은                                       같습니다. 다만, 빨리 가고 늦게 가는 차이는 있습니다. 간화
         똑같기 때문에 저는 같은 불교 수행법이라 합니다.                                           선은 곧장 질러간다면, 위빠사나는 좀 둘러가는 길입니다.
           이 불교 삼매 원리를 모르고 이름이나 방법이 다르다고 간                                       왜냐하면, 조사선-간화선은 부처님의 깨달음 입장에서 수

         화선이 옳으니, 위빠사나가 옳으니 하는 양변에 집착하여 시                                      행을 봅니다. 중생이란 본래는 부처인데 착각에 빠져 부처니
         비 갈등하는 것은 정견이 서지 못한 것으로 잘못된 공부 안                                      중생이니 하며 분별망상에 집착하고 있으니 그 착각을 몰록
         목을 드러내는 것이니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수                                     깨쳐 부처로 돌아가는 입장입니다. 본래부처가 부처되는 것이
         행에 앞서 불교에 정견을 세우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                                      니 단박에 깨치는 돈오(頓悟)고 단박에 닦는 돈수(頓修)이니
         치지 않습니다.                                                              빠른 것입니다. 이것을 바로 가리키는 직지 (直指)라고도 하고,

           신문을 보니 지금 미국 등 서양에서도 위빠사나 붐이 확산                                     찰나에 여래의 경지에 이른다 하여 일초직입여래지 (一超直入
         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 위빠사나를 공부하고 온 스님들이                                      如來地), 본래부처이니 들어가고 나가는 깨달음의 문이 없다
         나 얼마 전 유럽과 미국의 명상센터를 답사하고 온 분의 말을                                     하여 대도무문(大道無門) 등 다양하게 표현합니다. 이처럼 조

         들어보니 대부분 위빠사나 명상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사–간화선은 질러가는 수행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의사들이나 심리학자들이 환자의 치료에 도움이 되                                          반면에 위빠사나는 중생이라는 입장에서 번뇌망상을 점점
         는 방법을 찾다가 참선 명상에 주목하고 이를 연구하여 치료                                      비워서 『금강경』에 나오는 것처럼 수다원–사다함–아나한–
         와 접목시켜 상당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든                                      아라한과를 성취하는 수행체계입니다. 점수돈오(漸修頓悟)라
         불교 수행이 의학, 과학과 만나 인간의 문제에 대안을 제시하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교학에서도 우리가 중생이니 열심

         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는 것은 좋은 현상이고 인류에도 도                                      히 수행해서 깨달음을 성취하여 부처가 된다는 것처럼, 위빠
         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나도 중생에서 출발해서 깨치면 아라한이 된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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