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고경 - 2016년 11월호 Vol.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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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추회요』, 그 숲을 걷다 ● 글 _ 박인석 “일체망념(一切妄念)이 단무(斷無)하므로 이를 무념(無念) 또
는 무심 (無心)이라 부른다.”라고 설명하신다. 이 설명에 따르
면 무심이란, 허망한 마음이 싹 사라진 상태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허망한 마음이 사라진 자리에 아무 것도 없는 것이
갈대꽃이 아니라 진여 (眞如)의 태양이 항상 빛나고 있다는 점에서 무심
은 망념을 부정함과 동시에 진여를 긍정하는 개념이다.
물밑으로 잠긴다
● 무심하면 저절로 편안하다
『명추회요』 358쪽에는 ‘무심하면 저절로 편안하다’는 제목
아래 무심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다. 『명추회요』에서는 생략되
어 있지만, 『종경록』을 보면 무심에 대한 언급이 나오기 전에
● ‘안심 (安心)’에 대한 내용이 길게 이어지는데, 주요하게는 중국
이번에 같이 읽어볼 부분은 『명추회요』의 358 천태종과 화엄종에서 말하는 안심법문(安心法門)을 소개한
쪽에서 365쪽까지 나오는 무심 (無心)에 대한 내용이다. 무심 것이다. 안심이란 ‘마음을 편하게 하는 방법’을 말한다. 천태
이란 용어를 말 그대로 풀어보면 ‘마음이 없다’라고 새겨볼 종과 화엄종은 선종과 대비시키면 교종(敎宗)이라고 부를 수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이 없다’는 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 있는데, 연수 선사는 교종을 대표하는 두 종파의 안심 (安心)
면 그 뜻을 정확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음을 곧장 느끼게 된 법문과 대비시켜 선종에 무심 (無心) 법문이 있음을 강조한다.
다. 이 무심이라는 용어는 선종에 있어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성철 선사께서는 『선문정로(禪門正路)』의 1장 견성성불(見性成 앞에서는 천태 (天台)의 가르침에 의거해 오백 가지 안심법
佛)의 첫머리에서 견성(見性)을 무심(無心)과 딱 연결시켜 놓으 문(安心法門)이 모두 근기에 맞추어 병을 따라 약을 준 것
셨는데, 그 문구는 바로 『종경록』 1권과 한글본 『명추회요』의 임을 밝혔다.
55쪽에 나와 있는 연수 선사의 말씀이다. 이제 조사의 가르침에 의거해 한 가지 법문을 더하니, 여
『종경록』의 “재득견성, 당하무심 (纔得見性當下無心)”이라는 기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심 (無心)이다. 무엇 때
구절을 성철 선사께서는 “견성 (見性)을 하면 즉시(卽是)에 구 문인가? 마음이 있으면 불안하지만 무심하면 스스로 즐
경무심경(究竟無心境)이 현전(現前)하여”라고 해석하신 뒤, 겁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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