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고경 - 2016년 11월호 Vol. 43
P. 51
이 내용은 중국 선종의 2조 혜가(慧可) 선사가 소림사에서 ● 무심하다면 허망은 무엇을 의지해 일어나는가
면벽 중이던 달마 대사를 찾아가 나눈 문답과 무척 흡사하 달마 대사와 혜가 선사의 문답을 통해 그간 많은 사람들이
다. 혜가 선사는 원래 불교의 경론을 깊이 연구한 스님이었는 감명을 받기도 했을 테지만, 어떤 사람들은 더 이해하기 어려
데, 마음 한 구석에 늘 알지 못할 불안함이 있었다. 아마 경 워했을 수도 있다. 아마 10세기에 활동했던 연수 선사의 주변
을 많이 읽어도 사라지지 않는 실존적인 불안감이었던 것 같 에도 그런 사람들이 꽤 있었던 것 같다. 가령 우리들은 우리
다. 그러던 중 마음을 단박에 밝히는 선 (禪)의 가르침을 전하 의 마음속에서 여러 가지 심리 활동들이 끊임없이 생겼다 사
는 인도 스님 한 분이 소림사에서 면벽하고 계시다는 말씀을 라지는 것을 생생히 느끼고 있다. 그런데 ‘무심’, 곧 ‘마음이라
듣고, 소림사를 찾았다. 고 할 것이 없다’면, 우리의 무상한 심리 활동은 무엇에 근거
달마 대사는 혜가 스님을 만나주지 않았다. 혜가 스님 역 해서 발생하는가? 이런 의문점이 『명추회요』의 360쪽에 그
시 물러서지 않고 눈이 펑펑 내리는 달마 대사의 처소 앞에 대로 나타난다.
서 꼼짝 않고 서 있었다. 그렇게 삼 일 정도 지난 뒤, 달마 대
【물음】 본래부터 무심하다면 허망함은 무엇을 의지
사는 혜가 스님의 정성에 감복하여 그를 돌아보며 “왜 왔느
해 일어나는가?
냐?”고 물었고, 혜가 스님은 “불안한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
【답함】 본래부터 무심한 줄 깨닫지 못한 것을 허망
위해 왔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이 대답을 듣고서 달마 대
이라 한다. 만약 본래부터 무심한 줄 알면 허망함이 일어
사는 “그 불안한 마음을 가져오면, 내가 그 마음을 편안케
날 곳도 없고 진실을 얻을 곳도 없다.
해주겠다.”라고 재차 말했고, 그 말씀에 당황한 혜가 스님은
“그 마음을 찾아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라고 솔직히 답하였 불교에서 많이 사용하는 비유 가운데, 본래 없지만 있는 것
다. 그 순간 달마 대사는 “내가 그대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 으로 착각하는 사례의 대표적인 것으로 허공꽃(空花)을 들
노라.”고 담담히 말씀하셨고, 혜가 대사는 끊임없이 불안하 수 있다. 사람이 열병에 걸리거나 눈병에 걸리면 아무 것도 없
던 마음에서 훌쩍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선종에서는 이 는 허공에 마치 꽃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더 큰 문
를 ‘마음을 편하게 한 법문’이라고 불렀는데, 그것의 중심에는 제는 그 허공꽃을 진짜라고 믿고, 그것의 색깔이 붉다거나, 꽃
‘찾아도 찾을 수 없는 마음’에 대한 자각이 들어 있다. 이런 잎이 몇 장이라거나 하는 등의 분별을 일으키는 일이다. 허공
자각을 또한 ‘무심’이라 부를 수 있다. 꽃에 대해서는 그것의 색깔과 모양을 논하기 앞서 그것이 진
짜 존재하는지를 먼저 따져보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있지
도 않은 허공꽃에 대해 색깔과 모양을 자꾸 얘기하는 것을 희
48 고경 2016. 11. 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