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고경 - 2017년 1월호 Vol.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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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의 교리는 모두 이고득락(離苦得樂=고통을 떠나 즐거움을 얻음)                                     근본번뇌(根本煩惱)
         을 목표로 하지만, 중생을 사로잡고 있는 번뇌를 해명하는 데                                       『명추회요』의 461쪽부터 466쪽까지는 열 가지 근본번뇌와
         더 중점을 두는 학파도 있고, 깨달음의 세계를 묘사하는 데                                      스무 가지 수번뇌를 주제로 설명하고 있다. 근본번뇌와 수번
         더 중점을 두는 학파도 있다는 것이다.                                                 뇌란, 인간을 속박하는 힘에 근본적인 것과 부수적인 것이 있
           앞의 학파를 보통 법상종(法相宗)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에는                                    다는 말이다. 우선 근본번뇌는 탐(貪)·진(瞋)·치(癡)·만(慢)·
         구사학(俱舍學), 유식학(唯識學) 등이 포함된다. 뒤의 학파를 법                                  의 (疑)·견(見)의 여섯 가지를 말하는데, 견(見)을 다시 다섯 가

         성종(法性宗)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에는 선종(禪宗)과 화엄종                                     지로 분류하므로, 총 열 가지가 된다. 견의 다섯 종류는 신견
         (華嚴宗) 등이 포함된다. 가령 선종에서 견성(見性)하면 단박에                                   (身見)·변견(邊見)·사견(邪見)·견취견(見取見)·계금취견(戒禁取
         부처의 경지에 들어설 수 있다고 설하는 방식이 바로 법성종                                      見)이다. 이 근본번뇌에 대해 『명추회요』에서는 간략히 나오

         (法性宗)의 근본적인 태도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런데, 견                                   므로, 이를 조금 자세히 설명해보자.
         성 (見性), 돈오(頓悟) 등은 모두 목표를 선명히 드러내는 장점                                    위의 열 가지 번뇌 가운데 탐·진·치는 우리가 익히 들어오
         이 있긴 하지만, 중생을 얽어매는 힘인 번뇌 (煩惱)에 대해서는                                   던 삼독(三毒)을 가리킨다. 삼독의 첫째인 ‘탐(貪)’이란, 다섯 가
         자세히 주목하지 않게 만들거나 혹은 소홀하게 만드는 경향                                       지 욕망과 명성과 재물 등과 같이 자신이 바라는 대상에 대해
         도 있는 것 같다.                                                            만족할 줄 모르고 욕구하는 정신작용이다. 맛있는 음식은 많

           『명추회요』에는 위에서 말한 불교 교리의 두 가지 경향이                                     이 먹으면 물려서 더 이상 먹지 못하지만, 탐욕스러운 마음은
         모두 나타나는데, 이는 연수 선사께서 성 (性)과 상(相)을 조화                                  만족함을 모르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을 가장 많이 제약한다
         롭게 보려고 하였기 때문이다. 『명추회요』의 중반부에는 우리                                     는 것이다. 다음으로 ‘진 (瞋)’이란 자기에게 어긋나는 사람에 대

         의 정신 작용과 관련되어 매우 전문적이고 상세한 논의들이                                       해 일으키는 성냄, 분노 등의 정신작용으로, 심신을 들끓게 하
         많이 등장한다. 이번에는 그 가운데서도 중생을 꼼짝 못하게                                      여 평안하게 만들지 못하는 번뇌이다. 이 성냄의 번뇌는 불도
         만드는 힘인 번뇌에 대한 설명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번뇌는                                      수행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로 간주될 만큼 강력한 힘을 지니
         결 (結) 혹은 사(使)라고도 불린다. 결(結)이란 번뇌의 힘이 중                                 지만, 색계와 무색계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생을 속박시킨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고, 사(使)란 번뇌의 힘이                                    우리의 마음에 성냄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마

         우리의 의지와는 다르게 사람을 엉뚱한 방향으로 부린다는                                        음은 욕계가 아닌 색계에 들어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
         점을 강조한 것이다.                                                           으로 ‘치 (癡)’란 이치와 현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



         ● 고경                                           2017. 01.                                                                46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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