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고경 - 2017년 1월호 Vol.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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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뜻한다. 이 어리석음이 있으므로 중생들은 갖가지 번뇌를                                      수레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힘을 지니고

         일으키게 된다. 그러므로 근본번뇌 가운데 9가지가 일어날 경                                     있으므로, 근본번뇌라고 칭한다.
         우, 반드시 어리석음의 번뇌가 함께 한다고 보면 된다.
           탐·진·치 다음으로 오는 ‘만(慢)’이란, 자신과 타인을 높고                                    근본번뇌에 수반되는 번뇌인 수번뇌(隨煩惱)
         낮음, 뛰어나고 열등함 등으로 비교하는 정신작용인데, 세부                                        사람들을 얽어매는 근본적인 힘들에 수반되는 번뇌들을
         적으로 보면 7가지의 만심 (慢心)이 있다. 가령 자신과 비슷한                                   수번뇌라고 하는데, 『명추회요』에는 이것의 종류를 스무 가

         능력을 지닌 사람에 대해 자신이 그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생                                      지로 들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에서 수번뇌들을 세 가지
         각하거나, 자기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에 대해 자                                     로 분류해 놓은 점이다. 이는 대 (大)·중(中)·소(小)라는 기준에
         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마음 역시 ‘만’의 일종이다. 다음으                                    의거한 것으로, 우선 소수번뇌 (小隨煩惱)는 각자 따로 일어나

         로 ‘의 (疑)’란 인과(因果)의 이치에 미혹하여 주저하며 결정을                                  는 열 가지 번뇌들로서, 가령 한(恨)과 같은 번뇌이다. ‘한’이란
         내리지 못하는 정신 작용이다. 탐·진·치 삼독에 만·의의 둘                                     과거의 거슬리는 연에 대하여 원한을 품고 버리지 않는 마음
         을 더한 다섯 가지 번뇌는 그 성질이 매우 둔하여 잘 끊어지                                     을 말한다. 다음으로 중수번뇌 (中隨煩惱)는 무참(無慚)과 무괴
         지 않으므로, 그것을 다스리는 데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無愧)의 두 가지인데, 이는 나쁜 마음에는 항상 함께 하는 번
           근본번뇌 가운데 뒤의 다섯 가지인 신견 (身見)·변견(邊見)·                                  뇌이다. 마지막으로 대수번뇌 (大隨煩惱)는 오염된 마음에 항상

         사견 (邪見)·견취견(見取見)·계금취견(戒禁取見)은 모두 잘못된                                   따르는 도거 (掉擧) 등의 8가지 번뇌를 말한다. 여기서는 『명추
         견해에 입각한 번뇌이다. 신견이란 내 몸속에 ‘자아(自我)’가                                    회요』 464쪽에 따라 중수번뇌 두 가지를 좀 더 설명해보고
         있다고 집착하는 견해이고, 변견이란 내가 죽은 후에도 자아                                      자 한다.

         가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는 상견 (常見)과 죽고 나면 단멸될 것
         이라는 단견 (斷見)의 두 가지 치우친 견해를 뜻한다. 사견이란                                     열한째, 무참(無慚)은 과거의 잘못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인과의 도리를 부정하는 견해이고, 견취견이란 잘못된 견해                                         으로 체를 삼고,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장애하는 것
         를 진실로 집착하는 것이고, 계금취견이란 바르지 않은 계율                                        으로 업을 삼는다.
         을 통해 열반에 이를 수 있다고 집착하는 견해이다. 이들 다                                       열두째, 무괴 (無愧)는 세상에 많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지난

         섯 가지 번뇌는 잘못된 이치에 근거하고 있으므로 그 성질이                                        잘못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으로 체를 삼고, 남들에게 부
         매우 예리하다. 그리고 이상의 열 가지 번뇌는 인간을 윤회의                                       끄러워하는 마음을 장애하는 것으로 업을 삼는다.



         ● 고경                                           2017. 01.                                                                48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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