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고경 - 2017년 1월호 Vol.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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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앉혀두면, 생각지도 못한 지혜 그리고 자비가 드러날 것이 사람처럼 걸을 줄도 안다. 그러나 너무 산만하다. 점잖음과 진
다. 그냥 자기 살자고 살아갈 뿐인 나무가 달콤한 열매와 울 지함이 인격의 높이를 가늠하는 주된 지표가 되는 까닭은 동
창한 그늘을 내어놓듯이. 물원에 가면 대번에 알 수 있다. 줄곧 소란스러운 유인원들의
우리는, 닭들의 처소가 아니어도 닭장이다.
제72칙 — ● 여섯 창문이란 여섯 구멍이다. 인체에 대입하면 감각기관
중읍의 원숭이(中邑獼猴, 중읍미후) 전체를 가리키는 육근(六根)이다. 눈으로 귀로 코로 입으로 피
부로 두뇌로…. 우리는 세상을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반응한
앙산혜적(仰山慧寂)과 중읍홍은(中邑洪恩) 간의 대화 다. 족족 반응한다. 인간도 원숭이가 되기 쉬운데 중생심에 취
할 때 축생의 성질이 두드러진다. 무언가를 먹고 싶은 마음에
앙산 : 어떤 것이 불성의 이치입니까? 맛의 노예가 되고 무언가를 갖고 싶은 마음에 소유의 노예가
중읍 : 내가 그대에게 비유를 들어 말하리라. 어떤 방에 여섯 개 된다. 원숭이처럼 화내고 원숭이처럼 혹하면서, 사람은 기껏
의 창문이 있고 그 안에 원숭이 한 마리를 넣었는데 밖에서 누 해야 옷이나 입을 줄 아는 원숭이로 산다.
가 ‘성성(猩猩)아’ 하고 부르면 원숭이는 곧 대꾸를 한다. 여섯 제아무리 미후왕이라도 사실은 원숭이일 뿐이다. ‘아름다
창문에서 각각 부르면 각각 대꾸한다. 울 미 (美)’라는 치장으로 가렸다손 ‘원숭이 미(獼)’라는 본질이
앙산 : 만약 원숭이가 잠이 들면 어떡합니까? 세탁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아름다움’이란 허울이다. 눈으로
중읍이 법상에서 내려와 앙산을 꽉 잡으면서 일렀다. 볼 수 있는 모든 것은 근본적으로 껍질이다. 육근이 잠들어야
“성성아, 나와 네가 만났느니라.” 만 우리는 비로소 만물의 영장이다.
『서유기』의 손오공은 원숭이다. 재주와 신통이 탁월해 원숭 제73칙 — ●
이들의 우두머리, 그러니까 미후왕(美猴王)으로 불렸다. ‘성성 조산의 탈상(曹山孝滿, 조산효만)
이’는 오랑우탄을 뜻한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가 주 서식
지이니, 옛 중국인들도 그 존재를 알았을 법하다. 어떤 승려가 조산본적(曹山本寂)에게 물었다. “영의(靈衣)를 걸
알다시피 원숭이는 인간과 짐승의 경계선상에 서 있다. 인 치기 전의 일이 어떠합니까?” “나는 오늘 탈상했다.” “탈상한
간의 유전자와 97% 일치한다. 사람과 엇비슷한 신체구조에 뒤에는 어떠합니까?” “술에 곯아떨어지지.”
● 고경 2017. 01. 52 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