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 - 고경 - 2017년 3월호 Vol.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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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에게 ‘인재양성’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역린을 건드리  의 ‘성철선사상연구원’을 설립하고 이후 매년 학술회의를 개

 는 일인 줄 모르고 크게 혼이 난 며칠 후 “큰스님! 인재양성이   최하여 돈오돈수 사상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작업을 지
 욕심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면 대신 역대 조사들의 선어록 가  속한다. 지눌 이래의 돈오점수 전통을 대변하는 송광사 측이
 운데 돈오돈수 사상을 주장한 책들을 번역해 알리면 돈오돈  한 축이 되고, 성철을 기점으로 뿌리 내려가는 돈오돈수에 우
 수 사상의 울타리가 되지 않겠습니까?” 하고 여쭈어서 겨우   호적인 해인사 측이 다른 축이 되어 돈오점수와 돈오돈수 각
 승낙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1987년 11월 30일에 경남 합천군   각의 입장을 집중적으로 탐구해가는 양자구도가 자연스럽게

 제1호로 도서출판 장경각을 등록하고 6년여에 걸쳐 『선림고  형성된 것이다. 소모적 대립각이 아니라 생산적 상호작용으
 경총서』 37권을 간행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런 옛날 일들  로 자리 잡은 이 균형 잡힌 양자구도를 매개로 하여, 이후 한
 이 주마등같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면서 박 교수님의 책을   국 불교계는 돈점론과 관련된 다수의 탐구 결과를 축적해왔

 쉬엄쉬엄 들쳐보았습니다.   다. 송광사에서 개최된 ‘불교사상에서의 깨달음과 닦음’의 국
 “성철의 돈오점수 비판이 사상적·실천적·현실적으로 가장   제학술회의는 돈점논쟁에 대한 학술적 검토의 시발점이라고
 큰 충격이었을, 그리고 누구보다도 책임 있게 대응해야 할 위  할 수 있다. 그 이후 현재까지의 돈점론 관련 탐구를 연구자
 치에 있던 송광사 측은, 1990년에 ‘보조사상연구원’을 통해   의 관심초점과 경향을 중심으로 편의상 두 유형으로 분류할
 송광사에서 ‘불교사상에서의 깨달음과 닦음’이라는 국제학술  수 있다. 성철의 돈오점수 비판의 타당성을 검토하려는 경향

 회의를 개최한다. 『선문정로』 이후 10여년 만에 비로소 성철  이 하나이고 돈점론 자체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켜가는 경향
 의 돈오점수 비판에 대한 본격적 학문적 검토를 시도한 것이  이 다른 하나이다.”
 다. 돈오점수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나 선종 정통성과 관련한   앞의 두 문단은 이 책 2장 ‘성철의 돈오점수 비판과 돈점논

 성철의 지눌 비판은 이미 1967년의 『백일법문』이나 1976년에   쟁’에서 따온 인용에 불과합니다. “요사이 스님들 사이에 태국
 출간된 『한국불교의 법맥』에서 제기되었고 『선문정로』는 그  으로, 미얀마로, 남방의 위빠사나 불교에 관심을 가지고, 한
 러한 관점을 이론적으로 체계화시키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국의 선의 전통 간화선에 흥미를 잃고 있습니다. 심지어 선방
 성철의 돈점론에 대한 한국불교계의 이론적 대응은 근 20여   에서도 화두를 들지 않고 남방의 관법을 챙기는 수좌들이 늘
 년이 넘는 시간을 필요로 한 셈이다.”  고 있다니 큰일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고 말하였더

 “한편 성철의 돈오돈수를 선양하기 위해 1987년에 설립  니, 박교수님께서 “남방 니까야 불교에서도 배울 점도 있지만
 된 ‘백련불교문화재단’은 성철의 입적 후 1996년에 재단부설  일반적인 중국선의 비판은 또 도를 넘고 있습니다. 보조 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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