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 - 고경 - 2017년 3월호 Vol.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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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지 다양한 원인을 추적해볼 수 있겠지만, 교리와 수행법, 그
리고 종교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발견되는 차이는 그것이 과
연 하나의 종교인가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결국 그들은 ‘부디
즘’을 단수가 아닌 복수로 표현하기로 결정했지만, 무엇이 진
짜 불교인가에 대한 논쟁이 오늘날만 아니라 과거에도 존재했
던 논쟁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본다면 그 논쟁이 ‘복수의 부
디즘’으로 해결되기는 어려울 듯하다.
복수의 부디즘
세계화 이후, 또는 더 이른 시기로 소급한다면 2차 대전 이
후, 서구에서 불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자 이들 불교전통들
사이의 불일치가 더 두드러지게 되었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발전해온 불교전통이 미국과 서유럽에서 동시에 조우하게 됨
에 따라 그 차이를 자국의 문화적 정체성과 우월성으로 전취
하려는 시도가 일어났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불교이다.
일본불교는 선불교를 일본의 문화적 전통으로 확립했고 그
를 위해 중국과 한국불교를 타자화했다. 일본이 취한 전략, 즉
불교전통을 자국 브랜드화한 일은 한국과 중국뿐 아니라 태
국, 미얀마, 스리랑카 등에서도 모방되었다. 그러나 일본만큼
성공한 사례가 드물다. 선불교의 종주국인 중국조차 일본이
빼앗아간 선불교 독점권을 탈환하기 쉽지 않을 만큼 일본은
민첩하고 영리했던 것이다. 아무튼 일본불교가 보여준 좋지
않은 선례는 그 후로 동아시아 삼국에서 불교전통을 각국의
브랜드로 전용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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