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고경 - 2017년 3월호 Vol.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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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했는지 반증한다. 다른 한편으로 ‘마인드풀니스’의 수용이                                      한계와 가능성을 탐색하는 일말이다.

         지나치게 성급하다는 점 또한 지적될 수 있다. 수입된 것에 대                                      이 시대에 계속 간화선을 주장하는 것은 외로운 일임에 분
         한 일방적인 추종이 한국문화의 한 특징이긴 하지만 수행에                                       명하다. 그렇지만 골동품이라고 해서 내 집 안의 보물을 돌보
         서 그런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초기불교 전공자들과 수행                                      지 않는다면 누가 그 가치를 알아줄 것인가. 그마저 잃어버린
         자들은 ‘마인드풀니스’야말로 부처님이 가르친 바로 그 수행                                      다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외로움
         법이며 현대과학에 의해 증명된 과학적 수행법이라고 자부하                                       을 감내하며 우리가 전승해온 전통들을 돌아보고 객관의 시

         지만 이 또한 간화선이 최고의 수행법이라는 자부심 못지않                                       선으로 평가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 우월성을 주장하기 위해
         게 위험하고 위태롭기 그지없는 것이다.                                                 서가 아니라 불교가 실천해온 수행법들이 석가모니 부처님 시
           한국의 초기불교 전공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하나의 불                                       절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변천해왔는지 살펴봄으로써 그 이유

         교만 있으며 그것만이 불교라는 생각은 서구학자들이 불교를                                       가 어디에 있는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수로 사용할 때부터 이미 시대에 뒤진 고루한 생각으로 치                                        이번 연재는 지금까지 학계에서 이루어진 초기불교와 간화
         부되었지만, 놀랍게도 그 사이 ‘마인드풀니스’의 현대적 적용                                     선의 비교 연구와 달리, 초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불교 수
         을 시도했던 미국에서 ‘마인드풀니스’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행법 각각을 살펴보고자 한다. 각 수행법의 특징과 한계도 가
         시작되었다. 이제 비로소 불교명상에 대한 더 진지하고 사려                                      감 없이 고찰해보려고 한다. 천학비재에도 불구하고 감히 이

         깊은 논의들이 시작된 것이다.                                                      과제를 스스로 떠맡는 까닭은 이를 통해서 동아시아 불교가
           이런 변화는 미국불교의 성숙을 의미한다. 또한 한때 퇴물                                     선택한 길과 선택하지 않은 길 사이에서 우리시대에 필요한
         로 취급되었던 선불교에 대한 새로운 조명도 이루어지고 있                                       새로운 선택을 시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다. 미국문화의 대중문화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학자들과 수
         행자들의 진지한 노력, 그리고 다양한 불교가 만나고 융합되
         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균형 잡힌 관점의 형성이 그와 같은 반                                     명법 스님  _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해인사 국일암에서 성원 스님을 은사로 득도했다.
                                                                               운문사 승가대학을 마치고 10년간 강사로서 학인을 지도했다. 경전 연찬을 하는 틈틈이 제
         성을 이끌어낸 힘이라고 생각된다. 서로 다른 불교전통이 혼                                      방에서 정진했으며, 서울대와 동국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과 대안연구공동체 등에서 미학, 명
                                                                               상, 불교를 강의해오고 있다. 2016년 미르문화원을 열고 그곳에서 은유와마음연구소를 맡
         재하는 한국에서도 그들 사이의 각축이 아니라 진지한 소통                                       아 운영한다. 새로운 형식의 불교모임인 무빙템플을 수년째 이어오고 있으며, 이 밖에도 (사)
         과 융합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단지 어떤 하나가 다른 것보다                                    한국명상지도자협회 이사와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은유와 마
                                                                               음』, 『미술관에 간 붓다』, 『선종과 송대사대부의 예술정신』 등이 있으며, 「무지한 스승으로서
         우월하다는 주장이 아니라 그들 사이의 장단점을 비교하고                                        의 선사」, 「『선문염송』의 글쓰기-정통과 민족적 정체성의 지향」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 고경                                           2017. 03.                                                                1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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