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고경 - 2017년 3월호 Vol.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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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전통은 무엇일까? 일본과   른 불교전통과 경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말

 구별되는 전통을 주장하기 위해 한국불교계는 간화선을 한국  았다. 다시 말해, 서구에서 불교가 단수가 아니라 복수로 일
 불교를 대표하는 수행법으로 내세우고 그 밖의 다른 수행법,   컬어지는 상황, 조성택 교수가 명명한 “다불교” 상황이 이제
 일본의 조동선과 중국의 염불선 등등을 타자화했다. 이를 통  남의 집 불구경이 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된 것이다.
 해 한국불교는 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 속에서 자신만의 브
 랜드를 얻는 데 성공한다. 그 후 한국불교는 비록 처음으로 간  불교수행법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이유

 화선 방법을 개발하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그 전통을 계승  서양에서 명상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시작된 지 반세기를
 하는 유일한 전통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간화선의 세계화를   훌쩍 넘어섰다. 빠른 속도로 불교수행법들을 수용하고 그들
 지상과제로 설정하게 된다. 그 연장선에서 남아시아의 상좌부   의 방식으로 소화하여 쉽고 편리하고 효과적인 방법들을 개

 수행법과 티베트불교를 최상승이 아닌 것으로 타자화했다.  발하고 있다. 특히 심리학과 불교명상의 융합은 비약적인 발
 그러나 한국불교의 세계화는 소원대로 잘 이루어지지 않았  전을 이룩했고 사회적인 반향도 적지 않다. 심리치료로서의
 고 오히려 타자화했던 남방불교와 티베트불교가 국내에 진출  불교는 한국사회에서도 낯설지 않은 것이 되었고, 심지어 이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뿐만 아니라 서구에서 시작된 ‘마인드  등 종교로 내려앉은 불교를 되살리기 위한 대안으로서 검토
 풀니스(mindfulness)’ 열풍이 국내에 소개되어 큰 반향을 일으  되고 있다.

 켰다. 최근에 들어와서는 남방불교뿐 아니라 티베트불교, 일  이제 대중의 관심은 간화선이라고 불리는 전통적인 선수행
 본의 신종교 계열의 창가학회 등이 우후죽순처럼 범람하는   이 아니라 명상이라고 불리는 남방불교 수행법을 향하고 있
 등 달갑지 않은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다. 그동안 간간히 있어왔던 간화선과 초기불교 수행법의 비

 언제부턴가 간화선에 부여되었던 부동의 지위가 의심받고   교 연구가 주로 간화선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최근의 논
 있다. 시대적 증상을 치유하기 위한 방안으로 명상의 가치가   의는 초기불교 중심으로 이전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이 알고
 높이 평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간화선의 탁월함을 설명하  싶어 하는 것은 간화선이 ‘마인드풀니스’와 무엇이 같고 무엇
 기 위한 표현이었던 “최상승”이라는 말은 보통 사람은 할 수   이 다른가라는 점이다. 그것은 논의의 기준이 ‘마인드풀니스’
 없는 것, 전문수행자만 할 수 있는 어렵고 힘든 것, 그리고 시  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대에 뒤진 수행법이라는 딱지로 전락해 버렸다. 간화선으로   그 변화가 불과 수년 사이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최고의
 대표되는 한국불교의 전통적인 수행법이 외부에서 수입된 다  전통으로 칭송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간화선 전통이 얼마나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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