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고경 - 2017년 3월호 Vol.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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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어록의 뒷골목
         로 발생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런 추세들은

         단지 건강하게 늙어가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
         의 수명을 무한히 늘리려는 인간의 뿌리 깊은 욕망과 결합되                                      한 방울의 물을
         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지키는 방법
           석가모니 부처님의 통찰에서 본다면, 육신의 교체를 통해
         수명을 무한히 연장하려는 시도 역시 ‘자아’에 대한 그릇된 관
                                                                               글 : 장웅연
         점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육신이 바로 ‘나’라고
         생각하는 경우에 해당되는데, 우리가 늘 지송하는 『반야심

         경』을 보면, 바로 이 점에 대해 ‘오온이 공함을 비추어 보고[照
         見五蘊皆空]’라거나, ‘물질이 공과 다르지 않다[色不異空]’고 하
         여, ‘몸이 바로 나’라는 집착을 자꾸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과학이 더욱 더 발전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은 대승불교의 핵심이 되는 논서
         그런 가운데서도 자아의 문제에 대한 불교적 진단은 여전히                                       다. 신라 원효 스님이 이에 대한 소(疏)를 붙여 우리 역사가 배
         주목할 만한 통찰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통찰                                     출한 최고의 대사상가로 등극했다. 참다운 믿음이란 무엇인

         가운데 한 가지를 『명추회요』 518쪽의 내용을 통해 소개하고                                    가에 관해 설명했다. 어느 종교나 근본은 믿음이다. 그저 부처
         자 한다.                                                                 님을 믿는 것이라면 이른바 ‘하나님’을 믿는 행위와 비슷한 수
                                                                               준일 것이다. 자성청정심 (自性淸淨心)에 대한 믿음이 진짜 신심

           당신의 몸에는 본래 ‘나’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단지 4대가                                   이다. ‘지금 내가 있는 그대로 한없이 깨끗하고 고귀한 부처’라
           화합하여 모인 것을 본래의 몸이라고 계탁했을 뿐입니다.                                      는 확신. 기신론은 ‘본래부처’를 말하는 조사선의 이론적 준거
           당신이 본래 가지고 있던 몸은 지금의 것과 전혀 차이가 없                                    로도 볼 수 있다.
           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믿으면 나의 삶에 만족하게 된다. 눈으
                                                                               로 볼 수 있고 귀로 들을 수 있고 밥 먹을 입이 있으면 그게

         박인석    _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영명연수 『종경록』의 일심사상 연                     축복이다. 범어사 승가대학장 용학 스님에게서 많이 배웠다.
         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불교학술원의 조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불교전서>
         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해는 따뜻하고 달은 그윽하고 별은 아름답고 똥은 후련하다.


         ● 고경                                           2017. 03.                                                                48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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