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고경 - 2017년 3월호 Vol.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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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모두 ‘한 글자’다. 이들만으로도   나라임을 인증하고 있는 셈이다.

 삶은 충분히 건실하다. 중생이 오판하고 실수하는 까닭은 ‘더   운문 선사는 호떡을 입에 달고 살았던 인물이다. 물질로서
 나은 나’에 대한 갈애 때문이다. 자성청정심의 지평에서 바라  의 호떡은 즐겨 먹었고, 언어로서의 호떡은 법문에 자주 썼
 보면, 명성 (名聲)은 망상이다. 입을 함부로 놀리면 주둥이가 된  다. 호떡을 씹으면서 “천신의 콧구멍을 물어뜯는다.”고 농담했
 다. 더 먹겠다고 설치면 남들의 입은 죄다 주둥아리다. 그저   고, 수행이 더딘 제자에겐 “호떡 값을 내놓으라.”며 다그쳤다.
 살아가고 있다는 게 바로 기적이다.    그에게는 무엇이든 호떡이었다. 선악(善惡), 고저(高低), 미추(美

          醜), 자타(自他)가 전부 평범한 밀가루덩어리로 수렴된다. 호떡
 제78칙 — ●  이상을 바라지 않고 황금 보기를 호떡 보듯 하는 것이 행복임

 운문의 호떡(雲門餬餠, 운문호병)  을 가르쳤다.


 어떤 승려가 운문문언(雲門文偃)에게 물었다.   제79칙 — ●
 “어떤 것이 부처와 조사의 경지를 뛰어넘는 말입니까?”   장사의 진보(長沙進步, 장사진보)
 운문이 답했다.
 “호떡이니라.”   장사경잠(長沙景岑)이 어떤 승려를 시켜 회(會) 화상에게 묻게

            했다.
 “거친 밥, 도정한 밥, 사람마다 자기 입맛 따라 취한다. 운문  “남전(南泉)을 보기 전엔 어떠했는가?”
 의 호떡이나 조주의 차 한 잔도, 이 암자의 무미식 (無味食)만   회가 입을 다물었다. 승려가 다시 물었다.

 하랴(麤也飡 細也飡 任爾人人取次喫 雲門糊餠趙州茶何似庵中無味  “본 뒤에는 어떠한가?”
 食).” 고려 말기 태고보우(太古普愚) 선사가 지은 <태고암가(太  “딴 것이 있을 수 없다.”
 古庵歌)>의 한 구절이다. 시적 화자의 안빈낙도를 떠받치는 근  승려가 돌아와 대화의 내용을 장사에게 전했다.
 본은 ‘맛없는 밥’, 무미식이다. 모름지기 밥맛이 없어야 덜 먹  “100척 장대 끝에 앉은 사람이여, 비록 들어가기는 했으나 진
 게 되고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 맛은 살을 부른다. 맛있  실되지는 못하군.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더 내디뎌야 시방세계

 는 밥은 알고 보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밥이다. 맛있는 밥만   가 온통 한 몸이리라.”
 찾아다니는 세태다. 방송은 ‘먹방’ 천지다. 이곳이 돼지들의   승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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