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 - 고경 - 2017년 4월호 Vol.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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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책의 교정을 본 이가 유 것이 서수정 박사님의 논문 내용이었습니다.
성종의 사촌동생인 이재 거
사 유경종이었습니다. 당시 성철 큰스님과 김병룡 거사의 책에 관련한 일화는 아주 유
박한영 (朴漢永, 1870~1948) 스 명합니다.
님과 오철호, 최남선이 직접 큰스님께서 청담 큰스님과 함께 문경 대승사에서 수행할
발문을 쓴 것으로 보아 이들 당시, 그 절에 주지였던 낙순 스님이 김병룡 거사를 소개하면
과도 지인 관계였음을 알 수 서 비롯되었습니다. 김병룡 거사는 원래 충주에 살던 천석꾼
있습니다. 이듬해(1919년)에 으로 불교에 심취했던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불서뿐만 아니
백련암 소장 『만선동귀집』 2책(큰스님의 출판된 영명연수 선사의 『만 라 자신이 모은 불서까지 3000여 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장서인인 ‘법계지보(法界之寶)’와 유성종
의 장서인을 확인할 수 있다.) 선동귀집』도 김병룡 거사가 많은 불서를 물려줄 스님을 찾고 있었습니다. 김병룡 거사가
이 책을 읽고 환희심이 일어 문경 대승사 주지인 낙순 스님에게 부탁하였고, 낙순 스님은
인쇄하게 되었다고 이재 거사가 발문에 밝히고 있습니다. 청담 큰스님에게 김병룡 거사를 한 번 만나보기를 청해 청담
유경종 거사와 김병룡 거사의 불서출판 활동은 1920년 3 큰스님은 이 말을 성철 큰스님께 전했다고 합니다. 성철 큰스
월에 창립하여 1930년까지 약 10년간 활동했던 조선불교회 님은 김병룡 거사를 만나러 서울의 평창동으로 가셨고, 불교
(朝鮮佛敎會)에서 확인됩니다. 1920년 12월 임원 개정 당시 이 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두 분이 의기투합하여
사 명단에서 김병룡 거사님의 이름이 확인됩니다. 1923년 6월 김병룡 거사님이 당신이 알고 있는 불교 교설을 장광설로 끌
에 출판된 그 첫 번째 불서가 원효 스님의 『금강삼매경론』이 어가는데 밤이 깊은 줄도 모르셨다고 합니다. 밤은 깊어 가고
었고, 출판 시주자 중 한 명이 김병룡 거사였습니다. 성철 큰스님이 듣고 보니 대승경전에서 중관론까지 자세히
말씀하시는데 유식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거사님이 하지 않더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백련암에 봉안되어 있는 불교 고서 랍니다. 그래서 밤이 이슥한 즈음에 성철 큰스님이 “거사님!
는 유성종이 1884년에 세상을 떠나자 사촌동생인 유경종과 그러면 내 불교도 한마디 들어 보시지요.” 하시고는 유식이론
그와 친분이 있었던 김병룡 거사가 유성종의 장서를 소장하 을 끝없이 풀이하시니, 마침내 김병룡 거사님이 “내 책의 주
게 되었고, 이후 김병룡 거사가 성철 큰스님께 불서를 증여함 인은 스님이시니 어서 가져가시오.” 하면서 기꺼이 허락하셨
으로써 지금까지 흩어지지 않고 소중히 전해질 수 있었다는 다 했습니다.
● 고경 2017. 04. 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