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 - 고경 - 2017년 4월호 Vol. 48
P. 13

수행, 오래된 미래
 이번에 서 박사님의 논문에 나타난 김병룡 거사님의 모습

 은 불교이론의 생활 실천과 포교에 전념하셨던 참 진실한 거
 사님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큰스님과 김병룡 거사  불교수행의 목적과
 님의 좋은 인연을 회고하다 보니, 유식사상을 알지 못하고서   초기불교 수행법
 몇 말씀 여쭈다 큰스님께 야단맞은 일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선문정로』가 출간되고 돈점논쟁이 한창일 무렵 큰스님께
          글 : 명법 스님
 여쭈었습니다.
 “선종은 반야공(般若空) 사상이 중심이라고 말하는데 『선문
 정로』에서는 공(空) 사상에 대해서는 어째서 한 말씀도 없으

 십니까?”
 “『선문정로』에서는 견성 즉 부처임을 천명하는데 그것은
 유식사상으로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반야공 사상을 철저히   수행의 목적
 알려고 하면 『대지도론』을 따로 봐야지!”   “불교에서 수행은 왜 하는가?”라는 질문은 너무나 당연해
 그러고 보니 올해는 성철 큰스님의 봉암사 결사 70주년을   서 어리석기 그지없어 보이는 질문이지만 오늘날 명상 수행을

 맞는 아주 뜻 깊은 해입니다. 무엇보다 큰스님께서 김병룡 거  권하는 수많은 선전 문구 앞에서 한 번쯤 떠올려보아야 할 질
 사에게서 불서를 기증받으신 햇수도 70해를 맞아 과거 속에   문이다. 명상이 대중화된 오늘날, 명상은 어떤 효과를 얻기 위
 묻혀 있던 이러한 사실들이 서수정 박사님의 깊은 연구로 밝  한 활동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심리적인 고통의 치유는 물론

 혀지게 되어 더 없이 반갑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혜월 거사 유  이고 정신집중을 통한 학습력 향상, 창의성 개발 등등 수많은
 성종의 자료들이 발굴된 만큼 백련암에 봉안된 고서들에 대  명상의 효과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웰빙 (wellbeing)”이라고 할
 한 정밀한 조사와 보존이 또한 시급하게 되었습니다.   수 있다.
 며칠 전에 동국대 불교학술원장 정승석 교수님을 찾아뵙  그런데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처럼 “잘 삶” 또
 고 큰스님 장서들의 아카이브 불전집성사업으로 완성해 주십  는 “행복”이라는 단어가 갖는 유동적이고 모호한 성격을 고려

 사 청을 드리고 왔습니다. 큰스님의 장서들이 후학들에게 잘   하면, “잘 살기 위해 수행한다”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떨어진
 전해져 연구와 수행의 인연이 깊어지기를 기원합니다.   다. 또한 지구상의 많은 종교들 중에는 명상을 그 정신적 종교



 ● 고경  2017. 04.                                            10 11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