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고경 - 2017년 4월호 Vol.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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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의 묵향을 더듬다
중앙이 있고, 네모나 세모가 있으면 귀퉁이와 중앙이 있다. 하
지만 둥근 구슬에는 변방도 없고, 중앙도 없다. 어디를 찍어도 불생불멸의 진여로
서 있는 그 자리가 바로 중앙인 동시에 변방이다. 이것이 존재
의 실상이다. 모든 존재는 그 자체가 중앙인 동시에 변방이기 구성된 우주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자체가 둥근 구슬이
정리 : 최원섭
라는 점이다. 모든 존재들은 지구라는 거대한 구슬 위에 있다.
인간들은 물질적 잣대를 가지고 중심과 변방을 따진다.
하지만 우리가 서울에 있든, 깊은 산속에 있든 상관없이 모
든 존재는 서 있는 그 자리가 바로 세상의 중심이다. 반대로
권력자나 부자들은 자신들이 세상의 중앙에 있다고 생각하지
만 그들도 세상의 변방에 서 있기는 매 한가지다. 우리가 서 우주의 일체(一切)가 전부 불생불멸인 실체(實體)도 성립되
있는 곳이 바로 중앙이자 변방이기 때문이다. 여서 표면상으로는 설사 천변만화의 변화가 있서도 그 실체에
있서서는 추호의 생멸과 증감이 없이 항상 여일 (如一)하다는
것이니 항상여일 (恒常如一)한 그 실체를 불교에서는 진여(眞如)
라 부른다.
1)
진 (眞)이라 함은 생멸부정(生滅不定)한 망(妄)이 안이요 무
생무멸 (無生無滅)한 진실을 의미함이요, 여(如)라 함은 변화무
상(變化無常)한 환(幻)이 안이요 항상불변(恒常不變)하는 여일
(如一)을 의미함이다. 우주 일체가 불생불멸하는 이 진여로 구
성되여 전체가 이 진여의 발현임으로 여하한 변동에 있서서
도 실질적으로는 추호의 생멸과 증감이 없서 우주 일체가 본
서재영 _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선의 생태철학연구’로 박사학위
를 받았다. 동국대 연구교수, 조계종 불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불교신문 논설위원 등을 거쳐
현재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저서로 『선의 생태철학』 등이 있으며, 포교 사이트
www.buruna.org를 운영하고 있다. 1)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일이 정해지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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