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고경 - 2017년 5월호 Vol.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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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보리수 나무가 있는 보리수 사원. 철 기둥으로 받쳐진 나무가 시기리야 정상에서 원택 스님을 모시고 자리를 같이 한 고심정사 불자들
바로 그것이다.
딸 상가미타 스님께서 스리랑카 보리수 사원에 옮겨 심었으 둘째 날은 시기리야와 폐허가 되어버린 플론나루와, 갈비
니 전 세계 보리수나무의 원형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다. 이렇 하라, 담불라 석굴로 이어지는 강행군이었다. 전날 몸 상태가
게 역사는 무너지지 않고 대를 이어나간다. 언젠가 들었던 최 좋지 않아 저녁도 먹지 않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행히
재천 교수의 강의가 떠오른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아름답 가지고 간 비상약을 먹어서인지 대중들과 함께 할 정도는 되
다. 그리고 모든 생물은 그 유전자를 남긴다….” 우리 불자들 었다.
의 가슴에 옴도 없고 감도 없다는 표현을 학자는 그렇게 표현 시기리야에는 처음부터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올라 가려고
하나 보다. 마음먹었지만 두 사람을 고용한 건 아무래도 심했다는 생각
선 채로 재를 올리고는 한낮의 열기로 달궈진 후완베리사 이 든다. 좁은 철 계단을 절대 세 사람이 오를 수 없고, 또 그
이어 대탑을 둘러보는 길은 신을 벗고 가야 하니 발바닥이 타 렇게까지 못 걷지도 않았지만 지레 겁을 먹고 시기리야 성을
들어가는 듯 했지만 대탑을 돌고 정문을 향해 달리는 보살님 올랐다. 인도의 타지마할이 인간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예
들의 박하향 같은 웃음소리가 스리랑카 한낮의 뜨거움을 시 술로 표현한 곳이라면 이곳 시기리야는 인간의 공포가 얼마
원하게 날린다. 나 두려움을 남기는지 보여주는 예술품의 흔적이다.
● 고경 2017. 05. 2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