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고경 - 2017년 5월호 Vol.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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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여 명의 도반들이 합 팀으로 섞어 4개조를 만들었다. 참가자들의 연령대와 ‘취
성지순례 적금을 14개월 향’들을 고려하고 불교대학 팀은 기수별로 묶으니 마치 수학
간 부어 가는 동안 “간다”, 여행 온 소녀들처럼 까르르 거리며 즐거워했다.
“안 간다”를 얼마나 많이 성철 큰스님의 가르침을 공부하는 불자들답게 이번 순례
번복했는지 모른다. 그래 도 여법하게 진행됐다. 다시 한 번 동참해준 대중들에게 고맙
도 결원이 생길 때마다 새 고 감사드린다.
로운 사람으로 채워지고
계약금, 비행기 티켓 비용 신심(信心)으로 전해진 불교
을 송금해 가며 14개월을 10시간 가까이 걸린 비행의 피곤이 채 풀리기도 전에 아침
버텼다. 적금 날짜에 제때 일찍 보리수 사원과 이수루무니야 사원을 향해 4시간을 달
문선이 회장
입금이 되지 않아 혼자서 렸다. 내가 속한 4조는 정말 조장을 잘 뽑았는지 지루할 틈이
짜증을 내가며, 어떻게 그럭저럭 시간은 잘도 흘러갔다. 적금 없었다. 중광 스님의 묘비명 “괜히 왔다가네”, 영국의 극작가
을 찾고 보니 순례를 취소한 분이 30명이나 되었다. 버나드 쇼의 묘비명 “우물쭈물 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와 같
14개월 동안 적금을 부으며 이름과 법명을 알아갔다. 모르 은 꽤 ‘고급정보’도 사심 없이 (?) 일러준다. 그러나 참새의 윙크
는 분들은 도량에서 인사를 하고, 불교대학에서도 얼굴을 익 까지만 기억나니 두 눈 뜨고 있으면서도 정신 줄을 놓고 있었
히니 순례 설명회 때는 낯선 분이 거의 없었고 각자의 성향도 나보다.
파악할 수 있었다. 이것은 나중에 룸메이트를 정할 때도 도움 본격적으로 순례를 시작하니 가만 서 있어도 등줄기에 땀
이 되었다. 이 흐른다. BC 535년, 부처님께서 정각을 이루신 때는 ‘아루
기나긴 준비를 거쳐 진행된 순례는 참석자들의 신심 (信心) 나’가 빛나는 시각이었다. 아루나는 ‘붉은 기운을 머금은 별’
과 여행사의 빠른 일처리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일을 추 이라는 의미와 함께 새벽과 태양의 뜻도 함축되어 있다. 즉 여
진했던 사람으로서 모든 것이 부처님의 가피가 아닌가 싶다. 명이 밝아오는 새벽이다. 한역 경전에서 ‘샛별이 뜰 때’라는 표
사람이 일일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시스템 (system)이 구축되 현은 이러한 연유이리니 별과 함께 부처님의 성도 순간을 지
어 있으니 몇몇이 흐트러져도 일은 진행되었다. 켜본 나무 한 그루! 깨달음을 상징하는 보리수이다.
참가자들을 선방 팀, 법당 팀, 불교대학 팀, 선방과 법당 연 부처님께서 성도하셨던 보리수나무의 가지를 아쇼카 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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