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고경 - 2017년 5월호 Vol.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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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하면서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지만, 2000년 전의 중국 불교                                    모두 포용하는 『화엄경』의 원교(圓敎)에 있다는 것이 화엄종

         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들은 부처님께                                       논사들의 견해이다. 그렇다면 『종경록』은 이 다섯 가지 가운
         서 성도 후 45년간 왜 그토록 상이한 성격의 불경을 설하셨                                     데 어디에 속하는가? 685쪽의 인용문에 그 답이 나와 있다.
         고, 또 어떤 경우는 아무 말씀 없이 한 송이 꽃을 들어서 법
         을 드러내기도 했는지에 대해 합리적으로 설명할 필요성을                                            『종경록』의 종지는 원교(圓敎)에 거두어지는 것으로서 바
         가졌다.                                                                      로 여래께서 설한 법문의 근본이니, 여래께서 이 마음을

           중국불교의 교판론(敎判論)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 탄생하였                                         의지해 성불하셨기 때문이다. 이 마음이 여래가 되는 근
         다. 교판(敎判)은 ‘부처님께서 설한 가르침의 모습을 분류한다’                                       본이치가 되므로 한 법도 거두어들이지 못하는 것이 없
         는 뜻의 교상판석 (敎相判釋)을 줄인 말이다. 중국에서는 몇 백                                       고, 한 가지 이치도 갖추고 있지 않은 것이 없다.

         년 동안 다양한 방식의 교판론이 등장하였는데, 이를 가장 체
         계적으로 정립한 종파가 바로 천태종과 화엄종이다. 『종경록』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설하는 『화엄경』의 종지처럼, 『종
         을 편찬한 연수 선사는 특히 화엄종의 교판론에 입각하여 이                                      경록』 역시 그 마음에 근본을 두고 있으므로, 이 책이 부처님
         책의 위상을 드러내고 있으므로, 화엄의 5교판론을 잠깐 살                                      의 가르침 가운데서도 가장 원만한 종류에 속한다는 말씀이
         펴볼 필요가 있다.                                                            다. 불교는 부처님의 깨달음에서 시작되는 가르침이다. 그러

           화엄의 5교판론은 부처님께서 성도 후 45년간 설한 가르침                                    한 부처님의 깨달음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를 따져보면 결국
         을 그 내용과 성격에 따라 5가지로 분류한 것이다. 이를 정립                                    마음에서 찾을 수 있으므로, 그 마음을 잘 관하면 불교의 나
         한 법장 스님에 따르면, 부처님께서는 처음 성불하신 다음 중                                     머지 모든 가르침들이 다 수렴되고, 나머지 모든 이치들을 다

         생들의 근기가 아직 성숙하지 않은 것을 보시고, 소승의 가르                                     갖추게 된다는 것이 바로 연수 선사의 견해이다. 이를 통해서
         침을 먼저 설하셨다. 그 다음에 그들의 근기가 높아짐에 따라                                     보더라도 『종경록』과 『명추회요』를 관통하는 핵심 종지가 ‘마
         차차 대승을 설하셨는데, 대승에도 내용상 초교(初敎)와 종교                                     음’에 있음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終敎)가 있다. 초교는 보통 시교(始敎)라고도 말해지는 유식                                      한편 부처님의 가르침은 수레 [乘]에 비유되기도 하는데, 통
         학(唯識學)을 가리키고, 종교는 여래장(如來藏) 사상을 말한다.                                   상 성문(聲聞)·연각(緣覺)·보살(菩薩)의 삼승(三乘) 및 그것을

         이후 부처님께서는 점차적인 순서에 따르지 않는 돈교(頓敎)                                      모두 아우르는 일승(一乘)으로 대비된다. 연수 선사는 수레를
         를 설하기도 하셨다. 그러나 부처님의 본의는 앞의 가르침을                                      기준으로 할 경우 『종경록』은 일승에 속한다고 얘기한다. 왜



         ● 고경                                           2017. 05.                                                                44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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