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고경 - 2017년 5월호 Vol.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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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하면 일승의 가르침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일심(一心)’  사께서 일관되게 강조한 내용인데, 이 일심이 바로 ‘실상법문’

 에 대해 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인 마  이며, 또한 반야(般若=지혜)의 깊은 종지라는 말씀이다.
 음을 설한다는 점에서 이 일승은 최상의 수레 [最上乘]이라고  우리는 대개 이 세계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인 실상(實相)을
 도 칭해진다.   알고 싶어 한다. 그런데 연수 선사에 따르면, 그 실상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마음을 벗어나 있지 않다. 왜
 믿음과 비방에 대한 과보  냐하면 이 세계라는 것은 바로 우리의 마음에 투영된 세계이

 위의 논의에 따르면, 연수 선사는 『종경록』의 위상을 부처  므로, 우리의 마음을 제쳐 두고 따로 세계의 실상을 찾을 수
 님의 가르침 가운데 가장 원만하고 높은 원교(圓敎)와 일승(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엄경』과 같은 불경에서는 찬란하게
 乘)에 둘 정도로 이 책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  빛나는 부처님의 광명 세계를 세계의 실상으로 묘사하고 있

 다. 그렇다면 이렇게 훌륭한 책에 대해서는 어떤 태도를 가져  지만, 정작 현실을 사는 우리는 그 속에서 무수한 선악과 차
 야 할 것인가? 연수 선사는 이를 믿는 공덕과 비방하는 죄에   별과 오염들을 경험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상적인 세계와 현실
 대해 상세히 설하는데, 692쪽에 그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다.   이 무척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연수 선사에 따르면, 이 두 가지 세계는 모두 그것을
 이 일심의 실상법문은 반야의 매우 깊은 종지이다. 믿기   마주하는 사람의 마음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따

 어려운 가운데 혹 믿는 자가 있다면 법의 이익이 무궁하  라서 마음의 상태가 고양됨에 따라 번뇌 없이 깨끗한 세계가
 여 오직 부처님만이 알 수 있다. 그러나 비방하는 자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것이 혼란스러울 때는 그에 따라 온갖
 있다면 반야를 비방한 죄는 허물이 막대하니, 현세에서   번뇌로 가득 찬 세계가 현현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청

 재앙을 받아 산 채로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어째서 받는   정함과 혼탁함으로 가게 되는 통로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과보가 이처럼 광대한가? 반야가 모든 세간과 출세간의   자신의 마음과 맞닿아 있으므로, 이를 깊이 주시하라는 것이
 범부와 성인의 어머니인 것이 마치 대지와 같으니, 어떠  바로 93권에 달하는 긴 ‘문답장’을 통해 연수 선사가 강조했던
 한 사물도 땅으로부터 생겨나지 않은 것이 없다.   메시지로 보인다.



 연수 선사는 『종경록』에 수록된 내용들이 ‘일심의 실상법  박인석   _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영명연수 『종경록』의 일심사상 연
          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불교학술원의 조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불교전서>
 문’이며, ‘반야의 매우 깊은 종지’라고 설명하였다. 일심은 선  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 고경  2017. 05.                                            46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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