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고경 - 2017년 7월호 Vol.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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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을 하려고 하였는데 성철스님께서 일체의 내전외서 (內典外
書)를 집어치우라는 단호한 태도에 대하여 처음에는 의아, 회
의, 속박을 느꼈다. 그러나 진정한 불교를 하려면 내전외서의
문자가 아니라 화두공안을 척파하여 진생명 (眞生命)을 깨닫는
길인 줄 알았다. 문자에 국집하여 진리를 밝히려는 일이 얼마
나 어리석은가를 알게 되었다고 하면서 마음속에는 표현할
수 없는 진리의 광명이 쌓여있음을 체험하였다고 한다. 승규
의 속박, 시간의 위축, 쉴 새 없는 참회, 일념불탄의 예참에서
얻어진 자신의 신 (信)이 참회의 극치였다고 한다. 이것은 미처
자기가 생각할 수 없는 다른 세계의 믿음을 구현한 것과 같은
기쁨이었다고 한다.
셋째, 우리가 갖고 있는 육체는 정신력에 비하면 개자씨보
다 작은 것이라는 것, 3천, 5천, 1만의 예참으로 증득한 환희
심은 인간이 갖고 있던 죄업을 소멸하는 것임을 알았다. 불조
계명 (佛祖戒命)은 엄하다고 하는 것은 외형적인 구속의식이 강
하기 때문이며, 그러나 그대로 실수(實修)하면 내면적인 증명
첫째, 김룡사에 구법정진수련을 발심하고 수련한 사람은 모 이 자기 자신으로부터 이루어지는 것임을 깨달았다.
두가 봉은사 입사생이었다. 그들은 봉은사에서 백일동안 정 이와 같은 생활에 젖어보지 않고 남이 신앙하는 겉모양만
진수련을 하였으나 보다 깊은 종교적 신앙생활을 하고 알찬 보고서 무모한 소행이니 무식한 만행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것
수련을 하고 싶어 했다. 은 너무나 편벽된 견해이다.
그리고 흔히 불교인이 피상적으로 신앙하고 있는 불교를 근 하나의 공안을 간파하지는 못하더라도 승가의 생활에 들어
본에다 뿌리박고 믿으려는 마음이 생겼다. 영원한 구도의 길 가서 생활한 체험은 영원한 구도행각의 발전적인 힘이 되었다
을 추구하는 정진생활이 구도부 전체의 소원이었다. 고 한다.
둘째, 김룡사에 들어서자마자 일반 학문도 하면서 신앙생 그들은 뜻모아 말하기를, 오늘의 한국불교가 이렇게 낙후하
● 고경 2017. 07. 1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