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고경 - 2017년 7월호 Vol.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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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있던 항구로 향하였다. 그러다 밤에 비가 오는 바람에 땅  마침내 고국으로 돌아가 지극한 가르침을 널리 펼쳤다.

 막[土龕]에서 잠을 자게 되었는데, 아침에 깨어 보니 그곳이
 땅막이 아니라 오래된 무덤임을 알게 되었다. 비 때문에 어쩔   이후 중국에서는 12세기에 활동한 각범 스님의 『임간록』에
 수 없이 하룻밤을 더 지내다가 귀신의 동티를 만난 뒤 원효   원효 대사의 이야기가 조금 각색되어 등장한다. 다만 여기 나
 대사는 마음을 크게 깨쳤다. 이때 원효가 읊은 게송은 다음  오는 물은 해골[髑髏]과 관련되고, 게송 역시 “마음이 생기니
 과 같다.    갖가지 법이 생기고, 마음이 사라지니 해골 물과 (맑은 물이)

          둘이 아니구나.[ 心生則種種法生, 心滅則髑髏不二]”라고 되어 있다.
 마음이 일어나므로 갖가지 현상이 일어나고  이렇게 본다면, 원효 대사의 오도(悟道) 일화는 중국 문헌에
 마음이 멸하니 땅막과 무덤이 둘이 아님을 알겠다.  서 더 빨리 기재되어 전승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우리나

          라의 전승에서는 원효 대사가 중국에 가지 않은 것으로 되어
 반면 『삼국유사』보다 대략 300년 정도 앞선 10세기 후반  있는 반면, 『종경록』과 『임간록』에서는 원효 대사가 당에 들어
 에 성립된 연수 선사의 『종경록』 11권 (T48, 477a)에는 다음과   가서 스승을 찾던 도중에 위와 같은 일을 겪었다고 기술하고
 같은 얘기가 전해진다.   있다. 이런 차이를 제외하면 『종경록』에 나오는 얘기가 바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원효 대사의 고사와 일치한다는 점을

 옛적 동쪽 나라의 원효 법사와 의상 법사 두 사람이 함께   쉽게 알 수 있다.
 당나라에 와서 스승을 찾았다. 밤에 들에서 묵으며 동굴
 에서 쉬게 되었다. 원효 법사는 목이 말라 물을 마시고 싶  원효 대사와 『금강삼매경론』

 었는데, 마침 곁에 물이 고여 있는 보았다. 그것을 떠서 마  올해 2017년은 원효 대사께서 탄생하신 지 1400주년이 되
 셨더니 매우 맛있었다. 다음날 그곳을 봤더니 본래 죽은   는 해이므로, 대사의 사상에 대해 이곳저곳에서 여러 가지 학
 시체에서 나온 물이었다. 바로 그때 속이 매스꺼워 토하다  술행사를 많이 준비하는 것 같다. 대사는 신라 시대에 가장
 가 활연히 대오(大悟)하고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많은 저술을 남긴 인물로 손꼽히는데, 그 가운데서도 『금강삼
 “내가 들으니, 부처님께서는 ‘삼계 (三界)는 오직 마음이고 만  매경론』은 ‘논(論)’으로 칭해질 만큼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법 (萬法)은 오직 식(識)이다.’라고 하셨다. 그러므로 좋고 싫  근래 『금강삼매경』이 신라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음은 내게 있는 것이지 실로 물에 있지 않음을 알겠구나.”  주장들이 일본의 불교학계로부터 나온 이후, 많은 학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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