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고경 - 2017년 7월호 Vol.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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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설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또한 중국에서 이 『금강삼 런 3계가 중생의 마음이 번뇌에 물들었을 때 나타나는 것이
매경』과 그에 대한 원효 대사의 『논』을 가장 많이 인용한 책 라고 설한다. 따라서 마음이 청정하다면 3계가 현현하지 않을
역시 『종경록』이므로, 원효 연구에 있어서도 『종경록』은 매우 것임을 대력보살의 말씀을 통해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귀중한 자료라고 볼 수 있다. 여기 나온 『금강삼매경』의 말씀을 보면 앞서 원효 대사가
『금강삼매경』과 관련하여 『명추회요』 94권-4판(710쪽)을 경험했던 내용과 매우 흡사한 구조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
보면 ‘마음이 청정하면 3계 (三界)는 없다’는 제목 아래 『경』의 다. 더럽다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는 그냥 시원하고 맛
내용이 인용된다. 그것을 먼저 살펴보자. 있는 물이었는데, 시체와 관련되었다는 것을 안 순간 그 물 역
시 더럽고 구역질나는 것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금강삼매경』에서 말하였다. 보통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하면, 모든 것이 다 자기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와 같이 중생의 마음에는 다 의 마음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이해된다. 물론 이런 의미도 있
른 경계가 실제로 없다. 무엇 때문인가? 마음이 본래 청 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은 늘 대상을 비추고 있기 때문에, 이
정하기 때문이고, 진리에는 더러움이 없기 때문이다. 티끌 말씀을 ‘마음의 상태에 따라 대상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나
번뇌의 더러움에 물들었기 때문에 3계 (三界)라 하고, 3계 타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렇게 본다면, 바깥
에서 쓰는 마음을 다른 경계라 한다. 이 경계는 허망한 것 에 있는 대상들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수용할 수 있는 관건
이니, 마음을 따라 허깨비처럼 생겨난 것이다. 마음에 망 은 바로 그것을 마주한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으므로, 연수
념이 없다면 다른 경계란 없다.’ 선사는 『종경록』에서 끊임없이 ‘마음’을 강조하였고, 그런 마
대력보살이 말하였다. ‘마음이 만약 청정한 곳에 있다면 음을 자각한 훌륭한 사례로서 원효 대사의 이야기를 소개한
모든 경계는 생겨나지 않습니다. 이 마음이 청정할 때 3계 것으로 보인다.
는 마땅히 없습니다.’”
3계는 중생들이 사는 욕계 (欲界)・색계(色界)・무색계(無色界)
의 세 곳을 말한다. 욕계와 무색계는 그 수준의 그 차이가 하
늘과 땅만큼 크긴 하지만, 아직 윤회를 벗어나지 못한 존재들 박인석 _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영명연수 『종경록』의 일심사상 연
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불교학술원의 조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불교전서>
이 머물고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경』에서는 이 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 고경 2017. 07. 48 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