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고경 - 2017년 7월호 Vol.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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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앙산이 일어나서 법회를 알리는 종을 치고 법문을 시작했
다.
“마하연의 법은 4구를 여의고 100비가 끊어졌습니다. 삼가 아
룁니다.”
사구(四句)란 하나의 개념 혹은 대립되는 개념을 기준으로
현상을 판별하는 네 가지 논리를 가리킨다. 제1구는 A이다, 제
2구는 A가 아니다, 제3구는 A이면서 A가 아니다, 제4구는 A
도 아니고 A가 아닌 것도 아니다. 유와 무를 기준으로 하면
‘있다(유)’, ‘없다(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역유역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다(비유비무)’.
이 기본적인 사구에 다시 사구를 붙이면 열여섯이 되고, 열 모든 이분법과 관념체계를 초월한 선사들은 ‘몰저선 (沒底船,
여섯은 이미 나타난 것과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을 합해 서른 밑 없는 배)’, ‘무영탑(無影塔, 그림자 없는 탑)’이라는 표현을 즐겨
둘이다. 이 서른둘은 과거 현재 미래로 나뉠 수 있으니 아흔 쓴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으면 결국엔 강물로 흘러갈 것이
여섯이며 아흔여섯에 기본사구를 더하면 백이 된다. 사구백 다. 바다까지 떠났다가 되돌아온 물은 컵에든 쪽박에든 내가
비 (四句百非)란 모든 논리의 부정이다. 떠서 다시 마시게 될 테고. 내가 못 마시면 내생의 내가 마시
삶이라는 게 정말 그렇다. 즐겁다가도, 즐겁지 않다가도, 그 게 될 테고. 그러니까 실패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겠지.
러니까 즐거우면서도 즐겁지 않은 것이고, 즐거우면서도 즐겁 그대도 언젠가는 내가 되겠지.
지 않으니 즐겁지도 않고 즐겁지 않은 것도 아니고, 이미 나
타난 즐거움도 아직 나타나지 않은 즐거움도 이와 같은 패턴 제91칙 — ●
을 반복할 것이고, 이러한 감정의 흐름은 어제도 그랬고 오늘 남전의 모란(南泉牡丹, 남전모란)
도 그렇고 내일도 그럴 것이니, 또 다시 즐겁다가도 즐겁지 않
다가도 그러니까 즐거우면서도 즐겁지 않고 즐거우면서도 즐 남전보원에게 육긍대부가 물었다.
겁지 않으니 즐겁지도 않고 즐겁지 않은 것도 아닐 것이다. “일찍이 승조 법사는 ‘천지가 나와 같은 한 뿌리요, 만물이 나
● 고경 2017. 07. 52 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