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고경 - 2017년 8월호 Vol.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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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추회요』, 그 숲을 걷다
『명추회요』에서는 아사세왕이 유수(濡首)보살과 문답하는
짧은 대목과 이에 대한 연수선사의 풀이가 같이 소개되어 있
『보초삼매경』에서 다. 그리고 원래의 품명은 「결의품(決疑品)」인데, 『명추회요』에
여우같은 의심을 풀어주다 서는 여기에다 여우 ‘호(狐)’ 자를 한 글자 더 넣어 「결호의품
(決狐疑品)」이라고 하였다. 즉 ‘여우같은 의심을 풀어준다’는 의
미이다.
글 : 박인석
아사세왕의 불행한 사연
여기에 나오는 아사세왕은 상당히 심각한 사연을 가진 인
물이다. 이 사연을 알아두는 것이 이후 전개되는 내용을 이
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사세왕은 불전에 자주 나오
우리는 지금 『명추회요』의 제일 후반부에 해당하는 ‘인증 는 마갈타국 빔비사라왕의 아들이다. 마갈타국은 부처님 당
장(引證章)’을 거닐고 있다. 『종경록』 94권부터 시작되는 인증 시 매우 강대한 국가였으므로 불교 교단에도 영향력이 상당
장은 먼저 부처님의 말씀인 경 (經)을 인용하여 마음의 능력과 히 컸다. 그런 빔비사라왕의 부인인 위제희 (韋提希)가 아사세
번뇌의 정체 등에 대한 연수선사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부분 를 가졌을 때, 점치는 사람이 “이 아이가 태어나면 아버지를
이다. 이번 호에는 그 중 94권-8판(716쪽)에 속하는 『보초삼 죽일 것입니다.”라고 예언하는 통에 빔비사라왕은 큰 두려움
매경 (普超三昧經)』 「결호의품(決狐疑品)」의 내용을 소개하고자 을 갖게 된다. 이 불길한 예언으로 아사세는 아직 세상에 태
한다. 어나기도 전에 아버지와 원한을 맺게 되었다. 그의 다른 이름
『보초삼매경』은 서진 (西晉) 시기인 287년 월씨국(月氏國)의 가운데 하나인 미생원 (未生怨)은 바로 이런 사연을 담고 있다.
삼장법사 축법호(竺法護) 스님에 의해 한역되었다. 전체 제목 아사세가 태어난 후 아버지 빔비사라왕은 아이를 높은 곳에
은 『문수사리보초삼매경 (文殊師利普超三昧經)』이다. 지혜를 상 서 던져버렸지만, 이 아이는 손가락만 잘리고 죽지 않았다고
징하는 문수사리가 등장하여 여러 보살들에게 집착이 없는 한다.
보살행을 설하고, 아사세 (阿闍世)왕에게 공(空)의 이치를 설하 그렇게 장성한 아사세는 태자가 되었고, 제바닷타의 꼬임에
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넘어가서 아버지인 빔비사라왕을 지하 감옥에 가두어 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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