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고경 - 2017년 8월호 Vol.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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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대가섭이 말하였다.  화 내용이 금방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인도에서는 전

 “대왕이여, 안심하소서. 공포심을 품지 말고 두려워 마소  통적으로 허공을 불생불멸 (不生不滅)하는 것의 대표로 꼽았
 서. 왜냐하면 유수동진 (濡首童眞)은 큰 지혜의 갑옷을 입  다. 마치 거울에 더러운 것이 비쳤다고 거울 자체가 더러워졌
 고서 훌륭한 방편으로 이런 말을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고 할 수 없고, 거울에 깨끗한 것이 비쳤다고 거울 자체가
 천천히 당신의 의문을 물어보십시오.”  깨끗해졌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허공도 본래 깨끗하여 오염
 그러자 왕이 곧바로 일어나서 유수보살에게 물었다.   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허공’은 무엇을 비유하는가.

 “조금 전에 항하의 모래알 수와 같은 모든 부처님께서도
 저의 의심을 해결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까?”  연수선사의 풀이
 유수보살이 대답하였다.   위 경전에 나오는 ‘허공’에 대해 연수선사는 보충 설명이 필

 “왕의 생각엔 어떻습니까? 만약 어떤 사람이 나는 먼지  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명추회요』 717쪽에 나오는 연수
 와 어둠, 재와 연기, 구름과 안개로 이 허공을 오염시키겠  선사의 풀이를 살펴보자.
 다고 말한다면 어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일체중생은 자성청정심 (自性淸淨心)을 알지 못하기 때문
 “오염시킬 수 없습니다.”  에 더럽고 깨끗하다는 분별을 허망하게 일으키고, 깨닫

 유수보살이 다시 물었다.   고 미혹함에 스스로 빠져서 마침내 의심이 없는 속에서
 “만일 대왕께 누군가에게 이 허공을 씻어 깨끗이 하라   의심을 일으키고, 해결할 것이 없는 데에서 해결을 구한
 한다면 어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다. … 허공의 성품은 더럽히거나 깨끗하게 할 수 없다는

 왕이 대답하였다.    것을 통달하고 나면 본래의 마음은 미혹되거나 깨달은
 “깨끗이 할 수 없습니다.”  적이 없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된다.
 유수보살이 대답하였다.
 “저는 이런 까닭에 조금 전에 항하의 모래알 수와 같은   연수선사는 허공을 자성청정심을 비유하는 것으로 보았다.
 모든 부처님께서도 풀어줄 수 없다고 말한 것입니다.”  자성청정심은 본래 청정한 마음을 가리키는데, 우리들의 마

          음이 본래 그렇다는 말씀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현재 경험하
 요즘같이 미세먼지로 대기가 오염되는 상황에서는 위의 대  는 자신의 마음은 어째서 그처럼 청정하지 않은가? 이를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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