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 - 고경 - 2017년 9월호 Vol.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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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게 ‘도량장엄’으로나 존재하던 선원이, 이제는 강원과의 ‘세
력균형’을 유지하기 위하여, 그 문호를 가림없이 활짝 열어놓
은 데 있는 것 같다. 법당(대적광전)에 스팀시설은 못 하였지만
그동안 방사 수리로 가을내 일손이 바쁘게 돌아갔댄다.
○… 같은 도량은 해인사에서는 해방 직후 ‘가야총림’이 6・
25 전까지 존재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엄밀한 의미에
서 총림일 수 없었다. 총림이라면 종합적인 수도장이어야 하
는데, 그때는 처자를 거느린 사람들이 군림한 틈바구니에서,
대립의식을 가지고 지내던 ‘그늘진 선방’에 지나지 않았기 때
문이다. 그러한 영향에서인지 아직도 총림을, 선 (禪)만 전수(專
修)하는 도량쯤으로 착각하고 있는 고색창연한 ‘대가리’들이
있는 모양이다.
이제 이룩된 모임이 ‘종합적인 수도장’으로서의 면목은 희
미하지만 앞으로의 설계에는 사뭇 구미가 동한다. 수행기간
을 7년으로 하여, 4년 동안은 이론교육으로서 대학과정을 거
치게 하고, 3년 동안은 참선을 해야 한다. 그래서 이론을 배운
다음에는 반드시 선에 참여하게 되고, 선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꽉 들어찼다. 60평이나 되는 드넓은 방에 중좌(重坐) 두 벌 누구나 이론적인 바탕을 갖추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성급한
을 쳐야 겨우 앉을 수 있는 그러한 대가족, 그 인구가 무려 1 족행신 (足行神)들이 한두 철 거쳐 나온 것만으로는, 총림의 정
백 60명. 그 내용을 보면 선원에 60명, 강원에 70여 명, 나머 상적인 수행과정을 밟았다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지는 종무소를 비롯한 기타 대중들-. 따라서 총림에서 수행한 승려는 종래처럼 선이나 교, 혹은
한 회상에 이와 같이 대중이 많이 운집하기는 근래에 드문 율 어느 한쪽에 치우친 편식가가 아니고, 탄력 있고 쓸모 있
일이다. 나이 비율로 따지면 20에서 30세까지가 절대 다수이 는 건전한 수행인이 될 것이다. 이것이 곧 부처님의 뜻에 합당
다. 대중이 많이 모이게 된 연유를 알아보니 종래에 유명무실 한 수행방법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 고경 2017. 09. 1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