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고경 - 2017년 9월호 Vol.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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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 오래된 미래
                                                                               았는데, 이 때문에 중국불교가 불교가 아니라 불교의 외관을

                                                                               한 도교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혐의는 중국
         여섯 단계의                                                                에 널리 보급된 호흡명상이 초기불교의 그것과 다르다는 사

         호흡명상법                                                                 실 때문에 오랜 기간 설득력을 얻었으나 최근 대승불교의 기
                                                                               원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
                                                                               음이 밝혀지고 있다.
         글 : 명법 스님(은유와마음연구소)
                                                                                 이미 지적했듯이 호흡명상을 독립적으로 수행한 것은 초기
                                                                               불교부터 나타난 현상으로, 부파불교와 대승불교로 변화발전
                                                                               과정에서 사성제를 포함하는 수행법으로 체계화되는 한편,

                                                                               방법에서도 새로운 내용들이 덧붙여졌다. 그 변화는 한편으
                                                                               로 『대비바사론』, 『잡아비담심론』, 『구사론』으로 이어지는 북
           지난 연재에서 사념처 중 신념처(身念處)에 해당하는 호흡                                     방불교의 전통으로, 다른 한편으로 남방불교를 대표하는 『청
         명상이 사념처와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수행되었음을 살펴보                                        정도론』으로 체계화되었다.
         았다. 호흡명상은 점차 사념처 체계를 포섭하면서 체계화되었                                        안세고가 번역한 『불설대안반수의경』에서 전하는 호흡명상

         는데, 불교가 중국에 전래된 뒤 그것은 불교의 대표적인 수행                                     은 『아나빠나삿띠 숫따(Ānāpānasati Sutta)』에서 말한 16단계의
         법으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중국에서 호흡명상이 널리 유포                                       입출식념 (入出息念)이 아니라 『구사론』에 기술된 여섯 단계의
         된 것에 대해 후한 때 전래된 불교문학의 영향이라고 설명하                                      입출식념으로, 수(數, gananā), 수(隨, anugama), 지(止, sthāpanā),

         는 주장도 있지만, 최초의 역경승 안세고(安世高)가 번역한 『대                                   관(觀, upalakṣaņā), 환(還, vivartta), 정(淨, pariśuddhi)이라는 6단
         안반수의경 (大安般守意經)』, 『선행법상경(禪行法想經)』, 『삼십칠                                 계가 바로 그것이다. 이 전통은 기원 후 1~2세기 경 설일체유
         품경 (三十七品經)』 등의 선경(禪經)이 호흡명상을 소개한 경전                                   부와 일정한 관계를 가진 유가사들에 의해 다시 변화하여 다
         들이었다는 사실은 호흡명상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을 잘 보                                       섯 단계로 정리되어 『유가사지론』에 전하고 있다.
         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수행상의 발전에 따른 것만은 아니다. 부파

           중국에서 호흡명상은 다양한 방식으로 변천을 거듭했다.                                       불교 이후로 일어난 교리의 체계화 과정과도 밀접한 관계를
         특히 양생술(養生術)과 결합하여 심신단련법으로 환영을 받                                       갖는데, 『안반수의경』에서는 6단계의 첫 번째 수(數)를 설명할



         ● 고경                                           2017. 09.                                                                2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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