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고경 - 2017년 9월호 Vol.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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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의식을 고정하는 지점을 풍문 또는 풍처라고 하는데,                                       『불설대안반수의경』에서는 이 6단계에 사성제를 더하여 설

         미세한 호흡의 출입을 관찰하기에는 코끝이 가장 용이하므로                                       명하는데 『구사론』의 설명과 대체로 일치한다. 『불설대안반수
         대부분 코끝에 집중하지만 코끝이든 엄지발톱이든 신체 어느                                       의경』에서는 “수식 (數息)은 의식을 막는 것이고, 상수(相隨)는
         부위든 관계없다.                                                             의식을 거두는 것이며, 지 (止)는 의식을 고정하는 것이고, 관
           네 번째 관(觀)은 호흡뿐 아니라 호흡을 둘러싼 여러 가지                                    (觀)은 의식을 떠나는 것이며, 환(還)은 의식을 한결 같도록 하
         조건들을 관찰하는 방법이다. 주로 오온(五蘊)을 관찰대상으                                      는 것이며, 정 (淨)은 의식을 지키는 것이다. 사람들이 [마음을]

         로 삼는데, “이것 (호흡)이 바람만이 아니라 땅, 물, 불, 바람이라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여섯 가지를 행한다.”라고 하여 안
         는 네 가지 원소와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진 물질, 그리고 그                                    반수의 (安般守意), 즉 입출식념을 마음을 제어하여 부동심을
         것에 의존하는 심, 심소, 즉 오온이라고 관찰하는 것이다.”                                     얻으며 일체의 번뇌를 여의고 정각에 이르고 도를 이루며 궁

           전 단계에서 마음을 고정시켜 호흡을 관찰하여 사마타가                                       극적으로 해탈에 이르는 길로 제시하고 있다. 안세고가 이 경
         확립되면 오온과 사성제에 대한 관찰을 시작하는데, 아비달                                       을 번역하면서 ‘사띠’를 ‘수의 (守意)’라고 번역한 것 또한 주목
         마 불교에서 수행법이 체계화되는 과정에서 사마타보다 위빠                                       할 만한 대목이다.
         사나를 우위에 두었음을 알 수 있다.
           다섯 번째 전환[還]은 호흡을 바람, 또는 오온으로 관찰하

         는 인식을 전환시켜 무상, 고, 무아에 대한 관찰로 격상시키는
         방법이다. 『구사론』에서 말하는 관찰 대상은 사성제이다. 이
         것은 입출식념 수행에 출세간도의 수행계위설을 도입한 것으

         로, 입출식념을 더 높은 단계의 선근, 즉 사선근위 (四善根位)와
         결합시켰다.
           여섯 번째 청정 [淨]은 자세히 설명되어 있지는 않은데, 사선                                  명법 스님  _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해인사 국일암에서 성원 스님을 은사로 득도했다.
                                                                               운문사 승가대학을 마치고 10년간 강사로서 학인을 지도했다. 경전 연찬을 하는 틈틈이 제
         근위 이후의 견도(見道)와 수도(修道)의 계위라고 설명된다. 이                                   방에서 정진했으며, 서울대와 동국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과 대안연구공동체 등에서 미학, 명
                                                                               상, 불교를 강의해오고 있다. 2016년 미르문화원을 열고 그곳에서 은유와마음연구소를 맡
         때 관찰대상은 여전히 사성제로서, 견도위에서 처음 깨달음을                                      아 운영한다. 새로운 형식의 불교모임인 무빙템플을 수년째 이어오고 있으며, 이 밖에도 (사)
         얻은 후 그것을 반복해서 수행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한국명상지도자협회 이사와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은유와 마
                                                                               음』, 『미술관에 간 붓다』, 『선종과 송대사대부의 예술정신』 등이 있으며, 「무지한 스승으로서
         있다.                                                                   의 선사」, 「『선문염송』의 글쓰기-정통과 민족적 정체성의 지향」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 고경                                           2017. 09.                                                                2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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