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고경 - 2017년 9월호 Vol.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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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법문 다시 보기
          식의 세계에도 출입구가 있고 경계가 있다. 물론 그 문은 사찰

          의 일주문이나 교회의 출입구 같이 물리적 형체를 가진 문은
 진리의 세계로 들어가는   아니다. 진리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은 보이지 않는 문이고, 형

 열 개의 문   체가 없는 문이기 때문에 ‘무문관(無門關)’이라고 했다. 무문선
          사는 도를 알고자 한다면 보이지 않는 그 문을 반드시 통과
          해야 한다고 했다.
 글 : 서재영
            방대한 화엄의 세계는 깊고 그윽한 바다로 비유된다. 그래
          서 화엄의 세계를 ‘현해 (玄海)’라고 부른다. 물론 화엄의 바다
          는 진리의 세계이므로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그곳은 인식의

          세계이며, 정신적 영토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도를 알고자
          한다면 인식의 문이 열려야 하고, 도에 대한 안목이 열려야
 현관, 진리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법문(法門)’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집안으로 들어가는 출입구를 현관(玄關)이라고 한다. 어떤   맥락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새로운 인식의 세계가 열

 집이든 현관을 통과해야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이   리고, 새로운 정신적 영토에 도달하기 때문에 불법은 진리의
 현관이라는 낱말이 불교에서 유래한 것임을 아는 사람은 많  세계로 들어가는 문으로 비유된다.
 지 않다. 본래 현관은 방장(方丈)스님이나 고승이 계시는 방으
 로 들어가는 출입구를 의미했다. 밖은 중생의 세계이자 무명  법계연기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

 (無明)의 세계지만 그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 깨달음의 세계, 진  집으로 들어갈 때 현관을 거쳐야 하듯 진리의 세계, 인식의
 리의 공간으로 들어가므로 현관이라고 했다.  세계로 들어갈 때도 현관을 통과해야 한다. 화엄의 바다로 들
 그런데 경계는 도처에 있다. 한 나라를 방문하려면 국경을   어가는 문, 진리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화엄학의 대가들은
 통과해야 하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면 대문을 통과해야 하고,   십현문(十玄門)이라고 이름 붙였다. 화엄의 깊은 바다로 들어

 방 안으로 들어가려면 방문을 지나야 한다. 어디에나 안과 밖  가는 열 가지 문이라는 뜻이다.
 은 존재하고, 경계가 있는 법이다. 흥미로운 것은 물리적 공간  화엄의 세계는 존재의 실상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세계를
 에만 출입구가 있고 경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진리의 세계, 인  말한다. 따라서 십현문은 존재의 관계성 즉 연기에 관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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