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고경 - 2017년 9월호 Vol.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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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추회요』, 그 숲을 걷다
          많은 경들을 어떻게 보았을까? 이와 관련하여 중국의 문헌을

          보면, 연수선사가 살았던 나라인 오월국(吳越國)의 충의왕(忠懿
 일심을 요달하면   王)이 대장경 5,048권을 제작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충의왕의

 일체를 두루 안다  이름은 전홍숙(錢弘俶, 929-988)으로, 오월국의 제5대 국왕이
          자 마지막 왕(재위 948-978)이다. 송이 960년에 건국했으므로
          주변의 작은 나라들은 강제로 합병되거나 스스로 나라를 바
 글 : 박인석
          치는 방식으로 송에 흡수되었는데, 오월국은 후자를 택했다.


            오월국의 대장경 제작과 불서 수입

            충의왕이 대장경을 제작했다는 내용은 그리 잘 알려진 내
          용이 아니다. 필자가 학위논문을 준비하면서 이것저것 찾던
 『명추회요』는 『종경록』 100권을 십분의 일 분량으로 압축  중에 발견한 내용으로, 송대에 편찬된 『함순임안지 (咸淳臨安
 한 것이므로, 「인증장(引證章)」인 94권부터 100권까지도 마찬  志)』 76권에 해당 문구가 나온다.
 가지로 일부 내용만 소개되어 있다. 이전 호에서 언급한 것처

 럼, 94권부터 96권까지는 부처님의 말씀인 경 (經)을 인용하여   금과 은으로 쓰인 대장경:오월의 충의왕이 대장경 5,048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 인용된 경전  권을 제작하였다. 푸른 종이에 은으로 글씨를 썼고, 부처
 들을 보면, 『열반경』, 『원각경』, 『금강삼매경』 등과 같이 우리에  님 명호가 나오면 금으로 글씨를 썼다. (金銀書大藏經:吳越

 게 익히 알려진 경들도 있지만, 『허공잉보살경 (虛空孕菩薩經)』,   忠懿王, 建大藏經, 五千四十八卷. 碧紙銀書, 每至佛號, 則以金書.)
 『수진천자경 (須眞天子經)』, 『대방광사자후경(大方廣師子吼經)』,
 『보초삼매경 (普超三昧經)』, 『대수긴나라왕소문경(大樹緊那羅王所  오월국왕이 제작했다는 대장경에 대해서는 현재 위의 기록
 問經)』 등과 같이 무척 생소한 경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외에는 다른 내용을 알 수 없지만, 대장경이 경율론 삼장을 집
 중국의 10세기 중후반은 당(唐)이 몰락하고 송(宋)이 건국  대성한 것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명추회요』 94권 이후로 수

 되기 이전의 오대 (五大) 십국(十國) 시기로, 크고 작은 전쟁이   록된 다양한 불경들이 이 대장경에 포함되었을 가능성은 무
 끊이지 않았고 불전 역시 크게 소실되었는데 연수선사는 이   척 크다. 충의왕은 30년간이나 재위에 있었고 독실한 불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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