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고경 - 2017년 9월호 Vol.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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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에서 스님들의 교류 역시 분명히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들과 함께 숲으로 간 뒤 그의 무릎을 베고 잠이 들었고, 곧
아무튼 그 많은 전란 속에서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보존하고 장 신통력을 발휘하여 누운 자리에서 죽은 모습을 나타냈다.
전파하려고 노력했던 간절한 원력과 결실이 연수선사와 제관 즉 여인은 죽자마자 곧장 몸이 썩어 부풀고 온갖 악취를 풍기
법사의 저술에서 잘 보이는 것 같다. 는 등 형용할 수 없이 두려운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이 모습
을 보고 두려움에 떨던 장자의 아들에게 숲의 나무들이 “모
『대장엄법문경(大莊嚴法門經)』의 가르침 든 법의 본질은 장자의 아들이 본 것과 같네. 삼계는 허망하
『명추회요』 95권-5판(724쪽)에 수록된 『대장엄법문경』은 여 허깨비처럼 모두 실답지 않네.”로 시작되는 게송을 읊어준
20세기 초 일본에서 간행된 『대정신수대장경』에는 제17권에 다. 이 게송을 들은 장자의 아들은 두려움을 멈추고 부처님께
수록되어 있다. 이는 분류체계상 경집부(經集部)에 속하는 수 향한다. 『명추회요』에는 부처님께서 장자의 아들에게 행하는
십 편의 길지 않은 경전 가운데 하나이다. 이 경은 『문수사리 법문이 조금 인용되어 있다.
신통력경 (文殊師利神通力經)』 혹은 『승금색광명덕녀경(勝金色光
明德女經)』이라고도 불린다. 이는 이 경의 주인공이 바로 문수 부처님께서 장자의 아들[長者子]에게 말씀하셨다.
보살과 왕사성 (王舍城)의 음녀(淫女)인 승금색광명덕녀(勝金色 “장자의 아들이여, 청정한 반연으로 방편을 행하는 보살
光明德女)라는 것을 보여준다. 중생을 욕심의 세계[欲界]에 얽 에게는 일체중생의 심법 (心法) 중에 모두 보리(菩提=깨달
어매는 다섯 가지 강력한 욕망 가운데 이성에 대한 욕망[色 음)가 있다. 무엇 때문인가? 만약 그의 마음에 색(色)이
欲]은 그 힘이 아주 강력한데, 이 욕망에 얽혀 있는 ‘승금색광 없어 색이라는 분별을 떠나고 체성 (體性)이 허깨비와 같
명덕녀’와 ‘장자의 아들[長者子]’이 경의 도입부에 등장한다. 문 아 저것과 이것, 안과 밖이 상속하지 않는다면 이것을 보
수보살은 이 남녀가 불법을 감당할 수 있는 자질이 있음을 보 리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장자의 아들이여, 보살은 다른
고, 이들 앞에 등장하여 번뇌 속에서 해탈할 수 있는 그야말 일을 깨달아서는 안 되고 오직 자기 마음만 깨달아야 한
로 ‘큰 장엄의 법문’을 설하는 것이다. 다. 왜냐하면 자기 마음을 깨닫는 것이 바로 일체중생의
이 경의 전반부는 문수보살이 온 몸에서 금색 광명이 나는 마음을 깨닫는 것이기 때문이며, 자기 마음이 청정하면
여인, 곧 ‘승금색광명덕녀’에게 법문을 설하는 것으로 진행되 일체 중생의 마음이 청정하기 때문이다.”
는데, 그 과정에서 매우 드라마틱한 장면들이 나온다. 문수보
살의 법문을 듣고 삼독(三毒)에서 벗어난 여인은 다시 장자의 다양한 반전이 숨어 있는 이 경의 내용 가운데서 연수선사
● 고경 2017. 09. 46 47